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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롭 아웃](Disney+, 2022)

● "여러분, 뭔가 일을 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2013년 봄.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는 회사가 초빙한 외부 연사의 강연을 듣고 있었다.

- 화면에는 나도 이름을 아는 잘 나가는 젊은 여성 CEO의 얼굴이 떠 있었고

- 연사가 방금 넘긴 페이지에는 이 회사의 이사진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 정치, 국방 관련 뉴스에서 이름이 자주 언급되던 헨리 키신저, 조지 슐츠, 제임스 매티스 등등.

- "이 정도 사람들의 힘을 빌리면 못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 연사의 목소리는 힘이 넘쳤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들 의학이나 생물학은 아닌데?"

- 어차피 나도 이 쪽은 잘 모른다. 그렇게 그냥 넘어갔다.

 

● 불과 몇 년 뒤

-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위해 벌이는 허위와 기망, 비도덕적인 행동에 대한 책이 나왔다

  (제목이 기억이 안난다)

- 젊은 나이에 거액의 투자를 받아 백만장자에 오르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의 허위, 협잡이 적지 않다는 내용.

- 그리고 지금은 모두가 아는 테라노스 사건이 발생해 90억 달러에 달하던 기업가치는 0이 되었다.

- 황우석 사건이 겹쳐지면서 거액을 날린 투자자들보다 이들에게 희망을 걸고 있던 환자들이 안타까웠다.

- 어제까지 홈즈를 칭송하며 누적 투자금을 알려주던 언론은 언제 그랬냐는 듯 비난을 하기 시작했다.

- 이들이 전해준 전말은 충격이었다. 

- 2019년 테라노스 사건을 다룬 책, 배드 블러드(Bad blood)가 출간되었고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 영화 제작 발표

- 그 전에 (2016년 6월), 이 사건을 소재로 영화가 제작된다는 뉴스가 나왔다. (Fortune 기사)

- 미 보건 당국이 테라노스의 혈액검진 키트 진단 결과를 무효화 한게 불과 한 달 전.

- 행동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 재밌기는 한데, 너무한 것 아닌가? 재판에서 판결이라도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었다.

- 테라노스를 띄우던 연사에게 불편했던 것처럼, 이때다 싶어 물어뜯는 언론에게 불편해졌다.

 

● Disney+

- 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으로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 유튜브에서 본 티저에 매료당해 아내와 함께 정주행 시작.

- 바쁜 일정에 드문드문 보다가 학회 발표를 마치고 몰아보기로 완결.

- 짧은 뉴스에서 보지 못했던 사례들이 많이 나와서 어떻게 "이 지경"이 되었는지 흐름을 알 수 있었다.

- 8부작이라는 길이는 적당하게 느껴진다. 속도감과 디테일을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

- 홈즈를 연기한 사이프리드는 말할 것도 없고, 발와니를 연기한 배우 나빈 앤드루스도 뛰어났다.

 

● 드롭 아웃(drop out)

- 스탠퍼드 중퇴, 피 한방울, 시장에서의 퇴출을 모두 담고 있는 단어. 드롭 아웃. 

- 처음에 뜻이 좋았을 홈즈에게 연민도 생겼고, 

- 과학의 실패와 홍보의 성공 사이에서 눈이 멀어버린 홈즈에게는 약간의 싫은 감정과 함께 불편함이 느껴졌다.

- 저 상황이라면 나도 저렇게 될지 모르고, 실제 성공한 기업 중에도 저 과정을 "지나서" 잘 된 기업이 있을 수도 있다.

- 단적으로 스티브 잡스가 공개했던 애플의 NeXT PC는 당시에는 그저 검정색 깡통이었다.

 

● 재미로 보기엔 조금 불편함이 느껴진다.

- 내가 제출하는 주간보고에는 다음주 일정이 올라간다.

- 그런데 예정을 올려놓고도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이 지나 수습된 경우도 많다.

- 심지어 현재진행형이다.

- 소 도둑은 아니겠지만 바늘 도둑은 이미 되어 있다. 내 속의 도둑이 커지지 않게 하자.

- 뱉은 말을 자기확증적 예언으로 만들려면 필요한 건 실력과 안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