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맹 : illiteracy
- 문맹(文盲). 요새는 잘 들리지 않는 단어지만 뜻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 글을 읽거나 쓸 줄 모르는 사람을 말하는 단어.
- 주로 비율을 뜻하는 率을 뒤에 붙인 문맹률(文盲率)이라는 단어로 많이 쓰이고,
- 한글의 우수성과 함께 우리 나라의 낮은 문맹률 이야기로 자부심을 느끼며 접한다.
● 문해력 : literacy
- 문해력(文解力)은 글을 읽는 능력에 이해하는 능력을 붙인 말로, 최근 많이 들린다.
- 우리나라의 문맹률이 거의 0에 가까운 것은 주지의 사실이나 문해력 또한 낮은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 최근의 조사(링크)에서 한국 성인 문해력은 OECD 평균 미달 수준으로 판정되었다.
- "중식 제공"을 점심식사를 제공한다는 뜻이 아닌 중국음식을 제공한다는 뜻으로 알아들었다는 기사가 종종 난다.
- 한자를 모르는 젊은 세대에 국한된 이야기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 학생보다 성인의 이해력이 낮다고 판정되었으며 노인들의 13%는 약 봉투의 복약안내서를 읽기 어려워한다.(링크)
● YouTube
-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라는 책(김성우, 엄기호 공저, 2020, 링크)에서 저자들은 리터러시를 폭넓게 정의한다.
- 서구에서 literacy라는 단어의 읽기 능력 대상이 라틴어에서 모국어로 변화된 것을 예로 들며,
- 세대별로 달라지는 정보 습득 매체를 반영하여 "리터러시의 대상이 글에서 영상이 되었을 뿐"이라 변호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경제적 여건이 충분치 못해 독서를 충분히 하지 못한 60대 이상이 정보를 유튜브로 습득할 때
- 비판적인 사고력을 갖추지 못해 가짜뉴스를 사실과 구분하지 못하는 현상을 지적하고 있다.
- 이와 비슷하게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직전/직후/중간에 해당 만화의 내용과 관련된 상품의 광고가 금지되어 있다.
- 8~9세까지의 아이들은 방송과 광고를 구분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법령으로 정해진 조치다.
- 연령대와 무관하게 판단력에 근거해서 취해진 조치이나 같은 논리를 어른들에게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 책맹인류
- 2023년 8월부터 9월까지 EBS에서 방영한 이 다큐멘터리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冊盲人類)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 총 10부 중 1~3부는 왜 책을 읽지 않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 4~10부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 책이라는 것이 평소에 좋아하고 관심있는 주제이기도 하지만
-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며 교육에 대한 관심도 커졌고, 구성도 잘 되어 있어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 책을 읽지 않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이 책을 읽게 되는 과정이 특히 흥미로웠는데
- 책을 보는 자신을 평가하지 않는 강아지를 옆에 앉혀놓고 읽어주도록 시키자 급격하게 아이들의 독서 습관이 좋아졌다.
- 피터 드러커와 잭 웰치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비교 평가와 피드백을 통한 동기 부여가 상식이 된 지금,
- 외적 동기 주입은 역효과를 일으킬뿐일 수 있다는 사실로부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본질과 멀어졌을까 싶었다.
● 문리(文理)
- 진도를 나가기에 앞서 책의 개념들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미국의 교육 사례도 인상깊었다.
- 단어를 모르면 내용을 이해할 수 없기에 읽기 전문 교사가 파견되어 교과서의 단어들을 먼저 설명하는 과정을 거친다.
- 요새 잘 쓰지 않는 말인 것 같은데, 우리 말에 "문리가 트인다"는 표현이 있다.
- "문해력을 획득한다"는 말과 비슷한 표현으로 문장의 조리나 문맥을 파악할 줄 알게 된다는 뜻이고
- 개인적으로는 문리가 트이려면 단어들의 표면적 의미 속에 숨은 뜻을 아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 한자를 조금 알면 유리할 수 있고, 영어 단어들의 어원을 취미로라도 공부하면 수월할 수 있다.
- 개인적으로 문해력보다 문리라는 단어를 더 좋아한다.
- 문해력이라고 하면 0점부터 100점까지 연속적인 단계가 있는 느낌인데
- 문리가 트인다고 하면 임계점을 돌파해야 보이는 세상이 있다는 느낌이고,
- 경험적으로 이 표현이 본질을 잘 드러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독서는 훈련일까.
- 책맹인류의 1부는 글을 읽을 때 뇌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에 대해 설명한다.
- 사진처럼 받아들여지는 시각 정보에서 글자를 추출하고, 단어로 재구성하고, 어딘가 저장된 의미를 찾아와서 다시 문장으로 만들어 의미를 파악하는 일은 두뇌 입장에서 중노동이다.
- 괜히 책을 읽으면 졸린게 아니다.
- 그러나 지루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한 사람의 신체가 건강하듯, 이런 훈련을 거치며 두뇌가 튼튼해진다.
- 하지만 지루함을 참고 책을 읽기에 독서는 그 자체로 너무나 즐거운 경험이다.
- 그리고, 두뇌는 능동적으로 동작할 때 강화된다.
- 또다른 EBS 다큐멘터리 <당신의 문해력>(2021)에서 설파되었듯 동영상보다 오디오북이, 오디오북보다 독서를 통해 더 활성화된다. (링크)
● AI 시대의 읽기
- 최근 2년여 사이 업무를 위한 읽기 습관이 많이 바뀌었다.
-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려면 짧은 시간에 대량의 정보를 습득해야 하므로, AI를 사용해 요약을 했다.
- 이렇게 요약된 정보들을 적지 않게 읽다 보니 치명적인 문제점이 느껴진다.
- 첫째는 읽은 내용들이 머리에 제대로 남아 있지 않다는 점, 둘째는 요약 과정에서 왜곡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 첫 번째 문제는 자각이 되는데, 두 번째 문제는 원문을 찾아읽지 않으면 자각조차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 그리고, 이렇게 들어온 정보들을 종합해서 정리하고 판단하고 추론해야 하는데, 기본기가 부족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 낯익은 분야와 낯선 분야의 정리 능력과 결과물 차이가 현격한데 이것도 열심히 읽었던 경험이 없으면 느낄수조차 없다.
- 병식(病識)이 없어 병원에 가지 않는 환자 같은 상태, 좀 심하게 말하면 좀비나 다름 없는 상태가 된다.
● 조금 신경을 쓰자.
-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 AI의 도움을 받지 말자는 뜻이 절대로 아니다.
- 다만 AI가 던져주는 걸 그대로 받아먹는 습관은 일부러라도 피할 필요가 있다.
- 기계 요약문보다는 번역문을 읽고, 번역문을 읽었다면 원문을 대조해서 사용된 용어를 확인한다.
- AI에게 요약을 시키기보다는 검색과 발췌를 시키고 원문과 대조한다.
- 읽다가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고, 레퍼런스의 레퍼런스까지 찾아본다.
- 당연히 AI에게 그냥 맡길 때보다는 속도가 느려진다. 그래도 나 혼자 껴안고 끙끙 앓을 때보다는 훨씬 빠르다.
- 또 하나. AI가 던져주는 말들을 보며 판단하려면 그만큼 내 머리 속에 들어 있는 것이 많아야 한다.
- 외부 저장소를 내부 저장소만큼 잘 쓸 자신이 없다면 머리 속에 쟁여둘 필요, 암기를 할 필요가 있다.
- 분명히 삐걱거릴테지만 이 삐걱소리가 나는 곳은 나의 불완전한 역량이고, 삐걱소리는 수리 과정이다.
- 사용자의 능력만큼 역량이 발휘되는 것이 이 시대의 AI다.
- 훌륭한 동료를 얻고 싶으면 나부터 훌륭해져야 하고, 가장 쉬운 길은 독서, 그리고 독서를 마치고 쓰는 글이라 믿는다.
- 입력은 들어올 때 되는 게 아니다. 나갈 때 된다.
'영화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롭 아웃](Disney+, 2022) (0) | 2022.07.0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