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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대시보드 설계와 데이터 시각화](스티브 웩슬러, 제프리 섀퍼, 앤디 코트그리브 著, 최윤석 譯, 2018)

● 2년 늦은 서평

-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2020년 여름, 데이터 시각화 교과서와 함께 읽었다.

- 2019년 말, 피드백도 없는 내부에서는 성장이 어렵다 싶어 자양분을 찾아 밖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 기술 블로그독서 블로그를 만들고, 여러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 돌이켜보면 진공청소기처럼 정보를 빨아들여 일단 머리에 넣고 코딩을 하며 손가락 근육에 녹이던 시기.

- 간혹 비슷한 정보를 연달아 흡수하면 앞에서 흡수한 정보와 중복으로 처리되는 데이터에 피로감이 커졌는데

- 데이터 시각화 교과서 바로 다음에 읽었던 이 책이 딱 그랬다.

- 읽다가도 힘들었고 서평을 쓸 수가 없었다. 사례 나열식 구성이라 더 그랬다.

- 시간이 지난 지금 그간 쌓은 경험을 가지고 다시 읽으니 내용이 조금 정리되어 들어온다.

 

● 대시보드?

- 시각화 결과물이 제품으로, 서비스로 자리잡은 것이 대시보드.

- 큰 화면에 필요한 여러 데이터를 동시에 보여주지만 한편으로 대시보드와는 안좋은 기억이 더 많다.

- 많은 행정 조직이 현황판이라는 이름으로 중요 수치를 매일 들여다보며 관리하지만 

- 내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현황판은 윗사람의 현명한 의사결정이 아니라 

- 영업사원 실적처럼 아랫사람끼리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 간혹 경쟁과 무관한 지표들이 떠있는 대시보드가 있었다.

- 하지만 사고 수준의 비상상황이 아닌 다음에야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비슷한 그림에 비슷한 숫자가 떠 있었고

- 결국 대시보드는 처음에 모습을 드러낼 때 외에는 벽지와 비슷한 수준의 주목만을 받다 나중엔 있는지도 모른다.

 

● 대시보드!

- 사실 대시보드는 죄가 없다. 대시보드를 만든 사람도 잘못이 없다. 제작 용역을 받아 충실히 계약을 이행했으니.

- 대시보드가 무엇인지 모르고, 대시보드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 있어빌리티를 위해 대시보드를 만든 것이 아쉬울 뿐.

- 모니터를 꽉 채우는 대시보드에 여러 정보를 빼곡하게 담아야 있어보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시각인지 능력은 그걸 다 대뇌로 전달하고 판단할 수 없다.

- 관심을 갖는 대상만 대뇌로 전달되어 판단의 대상이 될 뿐이니 대시보드도 거기에 맞게 설계되어야 한다.

- 데이터의 성격에 맞게 시간과 공간이 담겨야 한다.

- 시간 데이터는 과거와 함께 볼 수 있어야 하고 공간 데이터는 다른 지역과 비교를, 필요하다면 세부 지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어야 한다.

- 무엇보다, 대시보드 사용자의 눈을 피로하게 해서는 안된다.

- 이것저것 중요한 것을 다 모으면 넓은 화면에 펼쳐진 N개의 그림에 쏟는 지각 에너지는 1/N에 불과해진다.

- 중요한 내용 몇 개를 중심으로, 색은 자극적이지 않게 넣어야 한다. 

- 우리의 눈과 뇌가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무엇을 먼저 바라보는지에 대한 이해, 즉 인지과학이 필요하다.

 

● 짧은 인트로 + 풍부한 사례

- 이론과 실제를 함께 다룬 다른 책을 읽고 나서 실전 사례에 비해 이론이 과하게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 이 책은 도입부 이론 50페이지 + 실전 사례 400페이지. 약 1:8에 달하는 비율인데 이론은 이 정도가 적절한 것 같다.

- 실전 사례에서 나쁜 예시와 좋은 예시를 번갈아 보여줄 때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론이 다시 나오기 때문이다.

- 약 30가지 정도의 사례가 나오는데 이들 하나 하나에 저자들이 실전에서 겪은 노하우가 녹아 있어 여기에서 배우기 좋다.

- 다만 사례들이 독자 입장에서 뭔가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느낌이 들지 않고 나열식으로 보여주는 느낌,

- 그리고 정방형 디자인으로 인해 한 페이지에 그림과 문단 단락이 다소 어지럽게 배치된 점은 피로감을 더해준다.

- 원서를 보지는 못했다. 혹시 원서로 보면 조금 나았을까 싶기도 하다. 

 

● 글꼴과 색의 중요성

- 이 책에는 모범 사례로 화려한 대시보드가 등장하지 않는다.

- 뒷부분에서 저자들도 강조하듯 현란한 색을 써서 예쁘고 다채롭게 만든 대시보드보다 중요한 데이터만 보여주는 막대그래프가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 저자들이 글로 설명해주는, 작업물에 담긴 의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글꼴과 색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하지만

- 딱히 설명이 없는 부분에서 보여주는 결과물의 글꼴과 색의 중요성이 별다른 매개체 없이 그 자체로 다가온다.

- 데이터 시각화 전체가 그렇지만 그래프나 차트는 숲 속의 집처럼 빼곡한 글자 속에서 스스로를 은은하게 드러내기도 하는데 대시보드는 그림만으로 내용을 전달하고, 그 위에 얹힌 글자는 부가요소가 되기 때문에 시각적 피로감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 대조를 위해 함께 놓인 "기존 방식"은 그 자체로 피곤한데 비해 페이지를 넘기면 나오는 저자들의 방식은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가 느껴진다.

 

● 고객의 요구에 저항하는 방법

- 이런 종류의 일은 사실 작업보다 의뢰자가 문제다.

- 예전에 모시던 박사님은 초록 바탕에 빨간 글자를 그렇게 고집하셨는데 이 그림이 띄워진 페이지는 눈이 빠질 것 같았다.

- 이처럼 고객이나 상사가 특정 나쁜 사례를 고집할 때 현실적인 해결책은 거부가 아니다. 거부권이 없거나 적기 때문이다.

- 요구를 만족시키면서 요구하지 않은 다른 대안을 함께 붙여 내게 업무를 부여한 고객과 대시보드를 보는 진짜 고객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

- 저자들이 숱하게 겪었을 이런 일들이 노하우로 녹아 있어 크게 도움이 되는 반면 이들이 했을 마음고생이 짠해진다.

 

● 사전처럼 보기 좋은 책

- 이 책은 차례대로 읽어가며 지식과 경험을 습득하기 효율적인 책은 아니다.

- 사례 하나 하나가 특정 상황에 해당되기 때문에 사례간 연결고리가 약하고 하나의 사례에 얽힌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 일단 쓱- 훑어서 어떤 내용이 있는지를 머리에 담은 뒤, 비슷한 일을 해야 할 때가 되었을 때 보고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 사전같이 보면 좋은 책이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