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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적 있는가?](이소영 著, 2021)

● 전문가 시스템
- 인공 지능을 구현하는 방식은 과거에는 전문가 시스템 외의 대안이 거의 없었다.
- 그 분야를 잘 아는 사람들이 입력에 대한 처리 방식을 프로그래밍해놓으면 거기에 맞춰 결과물이 나왔다.
- 비슷한 시기에 진화한 사회 조직도 이와 매우 흡사하다.
- 전문성을 바탕으로 부서가 조직되고 부서 안에서는 위계 질서가 있다. 후배는 선배의 가르침을 따른다.
- 흔히 사일로(silo)라고 부른다 .전문성을 기를 수 있지만 부서간 소통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 여러 부서에 걸친 일이 떨어지면, 그리고 분업이 어려운 일이라면 책임 소재가 없어 일 자체가 미궁에 빠지기 쉽다.
- 보다 못한 누군가가 나서서 해결을 하더라도 정작 부서 안에서는 눈총을 받기 쉽다. "시간 남나봐? 여기 일 안해?"
- 한 쪽에서는 해결된 지 오래라 상식이 된 일도 다른 쪽에서는 세상 신기하다는 대접을 받는다.
- 정보와 교류의 부재를 탓하기에는 시스템이 그렇게 설계되어 있어 누구를 탓할 수도 없지만
- 전기톱의 존재를 몰라 도끼질만 계속 했던 걸 뒤늦게 알면 정말 억울할 뿐만 아니라 눈총을 주던 사람이 타박까지 한다.
- "왜 이런 거 있는지 진작 체크 안했어?"

● 파트너십
- 내가 아는 모든 사장은 말한다. 부서들끼리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라고.
- 하지만 내가 아는 모든 전문 부서는 자기 일을 하기도 바쁘다. 남의 부서에 관심을 갖기도 어렵다.
- 무엇보다 사장 스스로도 부서장 시절에는 다른 부서와 협력보다 경쟁하기 바빴다. 이겨야 살아남으니까.
- 그리고 이 사실을 모든 구성원이 알고 있다. 어떻게 해서 사장이 된 건지 아는 이들은 말이 아닌 행동을 좇는다.
- 단계를 낮춰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 부서장은 부서원들에게 협력하라고 하지만 부서원들은 자기 일이 바쁘고, 부서원간 경쟁이 우선이다.
- 간혹 다른 부서, 다른 부서원과의 협력이 미션인 부서도 있다. 이런 부서는 부서원들이 따로 논다.
- 각자 전문성을 다른 부서와 발휘하느라 정작 부서 안에서는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든 구조가 된다.
- 평가 구조도 "내가 얼마나 잘 했냐"를 기준으로 매겨져 있기 때문에 남에게 신경쓸 겨를이 없다.
- 이 상황에서 부서 내 파트너십은 술친구, 담배친구, 학교 선후배 관계로 이루어지는 개인적 친분에 가깝다.

● GE의 잭 웰치식 평가 방식
- 우리 나라의 많은 기업은 GE의 잭 웰치가 도입한 방식에 따라 평가를 하고 있다.
- 상대평가를 통해 고성과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한편 저성과자를 정리하는, 또는 스스로 나가고 싶게 만드는 방식.
-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갈 능력이 있는 사람부터 나가게 하는 방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 결과적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잘리지는 않는 애매한 사람만 남기는 방식"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 무엇보다, 이런 방식은 점수만 남고 뭘 잘했고 뭘 못했는지 피드백이 없어 구성원들이 성장은 커녕 눈치만 본다.
- 정작 GE는 개인별 절대평가에 따른 역량 향상 방식을 버렸다.
- 원조가 연중 상시 평가와 피드백 방식으로 바꾸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향을 받은 수많은 곳은 과거를 답습하고 있다.
- 위에서 정한 것, 선배들이 해오던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 과거의 규정은 게으른 이들에게 좋은 핑계가 된다.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것이 무엇인가? &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기여한 것이 무엇인가?
- 수년 전, 마이크로소프트가 GE식 평가 방식을 버리고 상시 피드백으로 바꾸었다는 기사가 신선했다.
- 이 시기 경쟁자로 여겨졌던 리눅스가 윈도 안에 탑재되는 등 변화가 느껴졌기에 더 그랬다.
- 특히 서로 돕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장치로,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기여한 바를 포함한 것이 놀라웠다.
- 기여한다는 행위는 어느 한 쪽의 노력만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만든 장치다.
- 이 장치는 사실 개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
- 서로 협력하도록 해 회사의 성장을 촉진하고, 결과적으로 능력자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교묘한 장치에 가깝다.
-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자일수록 본인의 성장에 목마르기 때문에 그러지 못한 곳에서는 쉽게 탈출하기 때문이다.

● 파트너십 4원칙
- 일터 안에서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저자는 4개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 1. 서로의 비전을 공유하라 - 내 삶의 목적과 원칙을 세우고, 공감하고 경청하라
- 2. 상호 호혜 - 내가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인가?
- 3. 코칭하고 피드백을 나눠라 - 성장 루프에 자신을 포함한 구성원들을 올려라.
- 4. 촘촘하고 빈틈없이 - 빠진 곳은 없는지 확인하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랜 기간 사용자를 놓치고 있었다.
- 이런 종류의 말들이 그렇듯 정말 당연한 이야기인데 실천이 어렵다.
- 경영진은 구성원들이 알아서 잘 하기를 바랄 때가 많고 구성원들은 경영진들이 자기 일을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 근본적으로는 비전이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 우물 안 개구리
- "앞으론 이 학회 못오겠다는데?"
- 미국 학회 참석 중 다른 랩 선배가 학회에서 만난 다른 한국엔에게 듣고 전해준 말이다.
- 당시 학회는 줄여서 MMM이라고 부르는 Magnetism and Magnetic Materials. 내가 있던 분야에서 가장 큰 학회.
- 시차 적응이 덜 된 피곤한 몸으로 학회에서 발표를 하고, 영어에 지친 중에 들은 말인데도 궁금했다. "왜요?"
- "원래 전자쪽 하시는 분인데, 다니던 데보다 너무 작대. 학회 이벤트도 볼 거 없고. 그냥 가던 데 가야겠대."
- 수천명이 참석하는, 세상을 바꿀 기술들이 오가는 자리를 놓고 무슨 예의 없는 소리인가 싶어 기분이 나빴다.
- 심지어 불과 작년 노벨 물리학상도 이 분야에서 나왔는데.
- 하지만 불과 몇년 뒤, medical application 쪽에 살짝 걸쳐 보고, 반도체 쪽에서 일을 해 보고 나서 알았다.
-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다른 우물이 얼마나 큰지 살펴볼 생각도 안하고 내 우물이 큰 줄만 알았다.
- 그러다 어느 날, 외국에서 포닥을 하는 연구실 후배가 진로 상담을 청해 왔다.
- "전공을 바꿀 수 있으면 바꾸는 것도 좋을거야. 세상이 네가 아는 것보다 훨씬 넓어".
- 진심이었다.
- 논문의 임팩트 팩터와 우물의 크기, 성장 가능성은 서로 무관하다.

● 일터 밖 파트너십
- 살아가다 보면 큰 흐름에 의해 본의 아니게 좌절을 할 때가 있다.
- 개그콘서트가 폐지됐을 때 개그맨들이 그랬을 것이고,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 바둑 기사들이 그랬을 것이다.
- 이럴 때는 자기 직장 안에서만 기회를 찾으려 노력해봤자 헛수고에 불과하다.
- 울타리를 넘어 유튜브로 나온 개그맨, 인공지능의 수를 연구하는 기사들만 살아남았다.
- 이 책의 Part 1이 조직 관점에서 일터 안의 파트너십을 말하고 있다면 Part 2는 개인 관점에서 생존의 파트너십을 말하고 있다.
- 그래서 책 속의 사례들도 Part 1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한 회사 내부의 이야기가 많지만 Part 2는 유튜버, 강사, 교수 등 개인의 사례가 모여 있다.
- 내가 하는 데이터 업무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싶다.
- 예측 모델이라면 최선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100점 만점에 아무리 노력을 해도 80점을 못 넘기는 경우가 있다. 이 때 내가 생각을 못 한 것이 있는지, 더 시도해봐야 할 것이 있는지, 아니면 애초에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요구받은 것인지, 데이터 자체가 문제인지 등 변수가 너무나 많다.
- 지연되는 일정, 시원찮은 성능 때문에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내가 무능한건가? 하는 생각에 절망이 깊었다.
- 그리고 조직 내부에는 상의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다.

● 다른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하는거지?
- 결국 일터 밖에서 동종업계 사람들을 만나고서야 어느 정도 해결이 됐다.
- 혼자서는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디스커션이 필수이고,
- 상용 프로그램에 입력값을 넣고 나오는 결과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것도 쉽다고는 할 수 없다) 끊임없는 자기 의심 속에 과정을 수정해가며 일을 해야 한다.
- 단순 개발이 아니라 연구를 하려면 다른 분야 이상으로 몰입해야 하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거의 금기시되어 있다. AWS에 근무하는 분의 말로는 1인당 동시에 최대 2개 프로젝트만 참여한다고 한다.
- 내가 문제가 아니라 내 환경이 문제였고, 내 스스로 무의미한 업무량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 데이터 양과 질이 좋지 않은 업무를 거부하고 남는 시간은 현재의 업무를 더 잘 하는 역량을 배양하는 데 투자했다.
- 매일 커밋을 하면서 코딩 속도를 올렸고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하며 부족한 지식을 보충하고 트렌드를 익혔다.
-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 학회보다 커뮤니티가 훨씬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커뮤니티에서 배우는 게 정상이다.

● 사실 특별한 일이 아니다.
- 유구한 학회도 처음에는 학자들간의 커뮤니티에서 시작했다.
-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인상주의도 당시 살롱에서 거부당한 이들이 모인 낙선전이 시작이었다.
- 밖에서 비슷한 처지의 더 나은 분들을 만나며 새 기술을 배우면 함께 일하는 분들께 알렸다.
- 가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공부 방법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 어떤 분들께서는 쓸데없는 짓 한다고 비판을 하신다(고 전해 들었다).
- 그러나 내가 안에서만 살았다면 나도 퇴화하고 조직에 기여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것을 확신하고 있다.
- 이 바닥은 제 아무리 전문가라도 3개월만 정신을 놓고 있으면 관심있는 학부생만 못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 분야간 교집합이다 보니 한쪽에 뿌리가 깊으신 분들 중 틀린 것을 틀린 줄도 모르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도 많다.
- 나도 이러지 않으려고 결과 검증을 반복한다.

● 앞으로의 삶
- 기술의 발전과 융합은 생각보다 빠르다. 그냥 빠른게 아니라 "미친 속도"라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 된다.
- 바뀌는 트렌드에 따라 정부에서도 예산을 투입하고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지만 늦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처음에는 한 발짝 늦는다고 느꼈지만 지금은 세 발자국쯤 늦는 것 같다.
- 정부가 유달리 잘못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행정조직이 낼 수 있는 속도가 기술변화의 속도보다 느리기 때문이다.
- 이세돌이 AI를 바둑으로 이긴 마지막 사람인 것처럼, 2000년을 전후한 인터넷망 보급이 정부 정책이 시대의 흐름에 맞출 수 있던 마지막 사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 이런 상황에서 조직의 논리에만 충성하는 것은 결국 듣기 좋은 말로 나라와 본인을 함께 망친 간신이 되는 길이 아닐까 싶다.
- 외부의 변화를 내부에 전파할 커뮤니티 리더십의 존재가 점점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