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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데이터 스토리](낸시 두아르테 著, 권혜정 驛, 2021)

  • 감정 기억(emotional memory)은 강하다
    • 우리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매일 열댓시간 이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자극에 노출된다.
    • 일어나서 마시는 물 한잔, 하루 세 끼 먹는 밥과 핸드폰으로 보는 메시지와 뉴스들. 그러나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기억에서 잊혀지는 것이 대부분이라 "내가 점심에 뭘 먹었지?" 하고 갸우뚱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 간혹 깊이 새겨져서 제법 오래 가는 기억들이 있다. 감동적이거나, 매우 기쁘거나, 또는 무서웠던 일들.
    • 특히 공포에 관한 기억은 생존 본능을 자극해 편도체에 바로 꽂히고, 그래서 자라를 보고 놀란 사람은 솥뚜껑만 보고도 놀란다.
  • 메시지 전달력
    • 우리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의식이 있는 동안 마주치는 자극들은 의도되지 않은 것들이 별로 없다.
    • 길거리의 간판과 스마트폰 화면의 뉴스 제목들은 자기를 더 봐 달라고, 자기를 더 좋게 기억해달라는 마케팅 전략의 부산물이며 회의시간을 채우는 동료 또는 경쟁자의 목소리는 그 자리에 함께 한 사람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남보다 더 잘, 더 많이 들려주고자 하는 경쟁의 현장이다.
    • 게다가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이들은 바쁘다. 여러 일정을 번갈아가며 소화해야 하고 관련이 없어보이는 많은 정보를 파악하고 짧은 시간에 결정해야 한다. 이들은 시간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에 시간 낭비를 싫어한다.
  • 영리한 메시지 전달 방법
    • 이 책의 제목은 데이터 스토리.
    • 데이터를 숫자로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흐름에 얹어 전달할지를 풍부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 먼저, 전달되는 데이터 자체에 그만한 가치가 담겨야 한다. 남들과는 다른 관점이나 "그래서 어쩌라고?"에 대한 답을 함께 담아 주어야 한다.
    • 그 다음으로는 전달력이 좋아야 한다. 이야기는 앞뒤가 이어져야 하고, 지루하지 않아야 하며, 긴장과 흥분을 적절히 쥐었다 폈다 할 줄 알아야 한다. 현장에서 집중할 수 없는데 기억에 남을 리가 없다.
    • 현란하지 않아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래프, 듣는 이가 공감할 수 있는 전달 방식은 그래서 중요하다.
  • 적은 분량이지만 짜임새가 있는 개성있는 책
    • 이 책은 조판부터가 눈에 띈다. 가로가 세로보다 조금 더 긴 구성은 책장에 꽂혀있어도 다른 책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 페이지를 넘겨 보면 흡사 아이들의 그림책을 보듯, 글자의 밀도가 높지 않다. 공간의 대부분을 개념도와 여백으로 활용하고 글자는 이들의 해석을 돕기 위한 도구로서만 기능한다는 느낌이 크게 다가온다.
    • 그러면서도 책에서 "이렇게 해라"라고 말하는 내용이 이 책에 고스란히 잘 반영되어 있다. 
    • 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하는지 어디서 많이 들었을 뻔하지만 맞는 말들 - 경영진은 바쁘다! - 을 놓치지 않으면서 이 사람들이 얼마나 바쁜지를 간략한 실례를 들어 설명한다. 
    • 차트는 이렇게 그리라는 예시, 그리고 말은 이렇게 하는 거라는 예시를 스티브 잡스 등의 예시를 들어 조곤조곤 말해준다 - 맥북 에어를 서류봉투에서 꺼내는 아이디어는 아무리 생각해도 천재적이다. 새 노트북이 얼마나 얇은지 숫자로 보여주는 것보다 모두의 머리 속에 '얇은 물체'라고 각인되어 있는 서류 봉투를 사용하고, 나란히 놓고 비교한 것도 아니고 그 속에서 꺼내 보여줌으로써 '서류 봉투보다 더 얇은 노트북'을 각인시켰다.
  • 팩트풀니스와 함께 좌우에 달아야 하는 날개
    • 이 책의 말미에는 기후 변화를 경고하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의 발표 사례가 나온다.
    •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평범하게 그려지는 그래프 앞에서 설명하다가 점점 높아지는 수치와 함께 리프트를 타고 함께 올라가며 데이터를 강조하던 앨 고어의 모습은 STAR(Something They'll Always Remember)가 되었다.
    • 팩트풀니스에는 앨 고어와 팩트풀니스의 저자인 한스 로슬링의 일화가 나온다. 고어는 기후 위기 설파를 위해 더 자극적으로 전달하자고 했고, 로슬링은 청중을 호도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 로슬링의 우려처럼 데이터를 강조하고자 이런 저런 맥락과 장치를 추가하다보면 나중에는 앞뒤가 바뀌어 실력은 없는데 말재주가 좋은 사람이 보상을 얻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 이런 장치들이 하나 하나 따져보는 이성보다 감각적인 "우와!"를 이끌어내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 나보다 허잡한 상대에게 과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데이터의 가치와 전달력을 모두 담아야 할 일이다. 
    • 어려운 길이지만 어려운 줄도 모르고 매일 걸어가는 길을 더 잘 걷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