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보고를 피할 수 없다.
- 보고(報告)는 이 책의 첫 단어로 사용되는 만큼 첫 단락도 보고라는 단어의 뜻풀이로 시작한다.
- 사전적으로 "알리어 바치거나 베풀어 알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로 흔히 피라미드 계층구조에서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라고 생각하기 쉬운 단어.
- 그렇지만 이 책 전반에서 다루는 예시는 업무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모든 소통이라는 큰 뜻으로 보는 것이 좋다.
- 지시받은 일이 어떻게 수행되는지 상사에게 알리는 것도 보고이지만, 정부의 대국민 보고처럼 경영진의 방침을 전 사원에게 알리고 공감과 실천을 유도하는 것 또한 보고이기 때문이다. 실제 "일단 알아서 해봐!"식의 불명확한 지시로 인해 상사의 의중을 분석하기 위한 회의를 해봤다는 경험이 60%라는 통계를 인용하며 하향식 보고의 현실을 보여준다.
-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조차 메뉴판 변경이나 휴업일정 등을 고객에게 알려야 하며, 이 또한 보고라 볼 수 있다.
- 다시 말해 보고는,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이 매일 행하는 가장 빈번한 형태의 의사소통이다. 친분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한 다리를 넘어서기 힘들기 때문에 결국 보고자의 지식, 의도, 역량을 평가받을 방법은 글과 말로 이루어지는 보고가 유일하다.
- 내용과 전달력은 별개
- 공기업이건 사기업이건 일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제조, 마케팅, 회계, 경영, 구매, 안전, 연구 등 각기 맡은 일을 잘 한다고 일이 잘 굴러가지 않는다. 각자 진행하는 업무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잘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소통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실무진은 자기 일 외에 다른 부서의 일을 고려해서 업무를 진행하고, 경영진은 이런 정보를 종합하여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 내부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기관의 극단적인 사례가 연구기관이 아닐까 싶다. 여러 부서에서 같은 제품을 놓고 기획 - 개발 - 원자재 구매 - 생산 - 홍보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일반 기업과 달리 부서마다, 또는 부서 내에서도 소그룹 별로, 심지어 개인별로 업무가 기획, 진행되고, 옆 부서와 무관하게 예산을 따오고 결과를 공표하기 때문에 소통의 필요성을 느끼기 어렵다. 분야별로 전문성도 깊어서 옆자리 동료가 자기 일을 설명해줘도 못 알아듣는 경우도 많다.
- 이런 조직에서조차 대상이 다를 뿐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과제 제안서, 성실한 수행을 증명하는 결과 보고서를 비롯해 성과를 공인받기 위한 학회 발표와 논문 출판, 특허 출원을 위한 변리사 미팅 등 업무의 상당 부분이 보고로 채워져 있다.
- 그리고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좋은 알맹이를 가지고도 전달력이 부족해서 애를 먹는다.
- 대학원에서 전문 지식과 더불어 강제로 익힌 논문 쓰기와 학회 발표를 돌이켜보면, 전문 지식보다 더 유용하고 더 오래 가는 자산이라는 생각이 가끔씩 든다. 연구의 발전과 부침에 따라 전문 지식은 시간이 갈수록 감가상각이 발생하는데 비해 이런 기술은 경험이 쌓이면서 숙성되는 증식형 자산이기 때문이다.
- 이 책에는 보고서를 잘 쓰는 방법, 보고를 잘 하는 방법이 정리되어 있다.
- 저자는 보고의 유형을 이해-행동, 확인-판단의 두 축을 따라 기획, 설명, 요청, 분석 4가지로 나눈다.
- 기획 보고: 뭔가 제시하는 보고 - 의견, 해결안, 방향
- 설명 보고: 현황을 전달하는 보고 - 실행, 성과, 혜택
- 요청 보고: 행동을 촉구하고, 타당성을 확인하며 방책을 마련하는 보고
- 분석 보고: 사실을 확인하고, 쟁점을 정리하며 트렌드를 공유하는 보고
- 보고의 유형에 따라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보고의 구성도 거기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 한편, 유형에 무관하게 1분 보고를 중요시하고 있다. 제한된 시간 내에 핵심을 전달해야 상대의 제한된 기억 능력을 돌파하여 메시지를 안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따라서 1분 이내의 짧은 시간이지만 짜임새가 있어야 하며 전략적이어야 한다. 충분한 사전 고민으로 핵심을 스스로 정리해야 하고,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상호 배제, 전체 포괄) 원리에 따라 중복과 누락이 없도록 구성해야 하지만 각인을 위해 중요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반복하기도 해야 한다.
- 기획 보고: 문제 해결과 설득이 목적. 해결안이 담겨야 함.
- 설명 보고: 사실의 전달. Fact와 쉽고 정확한 표현이 중요.
- 요청 보고: 바라는 내용을 명확히 전달. 애매모호하거나 과정된 표현은 피해야 함.
- 분석 보고: 객관적 사실 수집에서 시작, 논리적인 분석을 거쳐 그림이나 수치를 활용이 필요.
- 저자는 보고의 유형을 이해-행동, 확인-판단의 두 축을 따라 기획, 설명, 요청, 분석 4가지로 나눈다.
- 생산성 향상 도구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좋다.
- 예전에는 회의실에 모여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려가며 소통하는 것이 보통의 풍경이었다.
- 지금도 유효한 방법이지만 기록을 남기고 장시간의 소통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도구가 여럿 개발되어 있다. 이 중 웹 기반 도구는 회의실 수용 가능 인원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작업할 수 있으며 한참 뒤에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은데, 저자는 이 중 일부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 구글 잼보드 (https://jamboard.google.com/): 화이트보드 방식의 아이디어 스케치, 시각화 도구
- 패들릿 (https://padlet.com/): 디지털 도화지 또는 칠판. 메모, 사진, 동영상, 링크 공유 가능.
- post-it (https://bit.ly/3gGJ2W5): 흔히 쓰는 메모지의 디지털판. 자료 정리할 때 검색 내용 요약이나 아이디어, 의견 정리에 유리
- 노션 (https://www.notion.so) : 메모, 문서, 프로젝트 관리, 협업 등 올인원 생산성 앱.
- 내용보다 말과 글이, 말과 글보다 보고 스킬이 중요할지도 모른다.
- 이 책의 총 6개의 장 중 마지막 장, PART 6는 보고 스킬.
- 보고 화법, 목소리, 자세에 대한 내용인데 분량은 적지만 경험적으로 느끼는 가중치는 그 이상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소통할 때, 특히 하위 직급이 상위 직급에게 보고할 때 보고를 받는 사람은 보고를 듣기도 전에 보고자의 태도를 보고 보고를 받을 마음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 기껏 좋은 내용을 만들어놓고도 자료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 평가절하되기도 하지만, 내용을 잘 정리해놓고도 쭈뼛거리거나 눈을 슬금슬금 피함으로써 보고의 신뢰성을 스스로 떨어트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분들은 억울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수확을 앞둔 자기 밭을 갈아엎은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 특히 비대면 보고가 많은 요즘 상대방의 반응을 파악하기가 훨씬 어렵다. 표정이 어떻게 바뀌는지, 자세는 삐딱해지는지, 집중을 못하고 휴대폰에 손이 가는지를 파악하고 눈맞춤을 시도해야 하는데, 전체화면 모드로 진행하다 보면 그나마 타일처럼 나열된 청중의 얼굴이 내 발표자료에 모두 덮여버린다.
- 이런 상황에서는 자료의 구성이나 목소리 톤 조절, 시간 배분을 더 전략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 이런 책은 읽을 때보다 읽고 나서가 중요하다.
- 책을 읽을 때 뻔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격하게 공감할 수도 있지만 이런 책의 특성상 나열식 구성이 많다.
- 증상에 따라 처방이 다르고 목적에 따라 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노하우를 전달하는데, 읽는 동안 집중력을 유지하기 힘들고 모든 경우를 다 머리에 담아두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런 책을 읽고 전보다 나은 내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읽고 나서 스스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책을 펴면 효과적이다.
- 이 책을 펴기 전에, 잠시 자신의 문제점이 뭔지를 돌이켜보면 좋겠다. 그간의 경험과 주변으로부터의 피드백을 돌이켜보고 내가 어떤 보고를 주로 하는지, 그리고 그 때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미리 체크한 뒤, 그 부분을 집중해서 보면 내게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 나와 같은 분야 동료들의 발표를 되짚어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아도 좋다. 느끼지 못하더라도 비슷한 분야에 있는 사람들끼리는 비슷한 장단점을 공유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속한 연구자 집단은 결과보다 자기가 거쳐온 과정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발표를 한참 들은 뒤 발표자가 고생한 건 알겠는데 정확히 뭘 해냈는지가 기억에 남지 않는 경우가 많다.
- 반면 최상위 관리자 앞에서 발표하는 상위 관리자 집단은 성과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피보고자가 "어떻게 그런 결과를 얻었나요?" 라고 물어보면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심하게 말하면 현실은 관심 없고 예산과 인사권을 가진 최상위 관리자에게 잘 보이는 것이 목적이지만, 잘못 걸리면 모든 신뢰를 잃어버린다. 전 직장에서 어떤 상무는 세부 질문에 답변을 못해 실무자를 소환, 답변을 마친 뒤 총괄사장에게 이런 추가 질문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이런 것도 모르는) 당신이 그 자리에 앉아서 그 월급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대 봐."
- 연구자를 포함한 실무자 집단은 자기 결과 자체보다 결과가 가지는 의미를 비전공자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상위 관리자 집단은 중요 사항에 대한 디테일을 챙겨야 한다.
- 이런 분들이 읽으면 좋겠다.
- 직장생활을 그린 드라마 미생에는 인턴 장백기가, 원작 웹툰에서는 주인공 장그래가 보고서 한 줄을 쓰기 위해 사수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오랜 시간 공들여 수정하는 장면이 나온다. 학생시절에 봤다면 정말 쓸데없는 일로 여겼을 장면이다.
- 언뜻 지루할 수 있는 이 장면은 수많은 직장인들의 공감 속에서 방대한 양의 관련 포스팅을 이끌어 냈다.
- 연구교수를 하며 학생들의 "속 터지는" 정기보고를 받아본 경험, 그 속에서 과거의 나를 발견하며 자책한 경험이 있었기에 보고서의 중요도를 느꼈고, 제법 큰 조직에서 사람은 가려진 채 글자와 파일로만 모든 일들이 진행되는 것을 보며 다른 분들은 내가 만든 문서들로만 나를 판단하겠구나 싶었다.
- 이런 경험이 아직 없는 분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참고자료는 되겠지만 뼈를 맞는 강도는 받지 못할 것 같다.
- 사회생활을 조금이나마 경험하시면서, 보고 또는 보고자료로만 상대를 판단하고 판단당해본 분들이 스스로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서 반성과 함께 읽으신다면 큰 발전이 있을 것 같다.
- 또한, 이 글은 같은 저자의 보고서 작성 실무 강의 (2019.10.), 실전 보고서 작성 기술 (2020.12.)과 시리즈로 출간된 책이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업무상 이런 일이 많다면 시리즈로 접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하다.
※ 한빛미디어 2021 도서 서평단 "나는 리뷰어다"의 일원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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