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읽기

[SKEPTIC, 29-1. 게임 이론으로 본 도핑의 유혹](2022)

● "abuser는 abusing으로밖에 이길 수 없다"

 

  • 친구들끼리 모여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던 90년대 말, 종종 반칙을 쓰는 사람들을 만났다.
  • 게임 중간에 동맹 관계를 바꾸어 자기 친구들 편에 붙음으로써 4:4를 5:3으로 만든다거나,
  • 자기 유닛이 없는 상대방 진영을 볼 수 있는 맵핵(map hack)을 쓰는 일이 흔했다.
  • 이런 플레이어를 abuser라고 불렀는데 웬만큼 못하지 않고서야 이기는 일이 불가능하다.
  • 상대방이 맵핵을 쓰면 나도 맵핵을 써야 공정한 게임이 되는 역설이 생겼고,
  • 맵핵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PC방들이 절반을 넘는 지경에 이르렀다.
  • 합리적인 선택이다. 맵핵을 하지 않으면 당할 수가 없으니 손님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도핑에 대한 다큐멘터리, <랜스Lance> (ESPN, 2020)

 

  • 스켑틱 29권의 기사, "게임 이론으로 본 도핑의 유혹"은 가장 도전적인 자전거 경주, 투르 드 프랑스를 다룬다.
  • 2020년 ESPN 다큐멘터리 <랜스Lance>에서 랜스 암스트롱은 도핑을 했던 본인과 주변의 이야기를 한다.
  • 인간의 극한을 넘어서야 하는 코스를 완주하기 위해, 경쟁자를 제치기 위해 근 지구력을 어떻게든 높여야 했다.
  • 1967년에는 암페타민 등의 약물을 복용했고, 1980년대에는 본인 또는 타인의 혈액을 주입해 적혈구를 늘렸다.
  • 1990년에는 유전자 기술로 더 많은 적혈구 생성을 촉진하는 r-EPO라는 빈혈 약이 등장했다. 이것이 도핑에 쓰였다.
  • r-EPO를 주입하면 혈액 중 적혈구 용적률(HCT)가 정상 수치인 40% 중반에서 50% 초반으로 상승한다.
  • 경기력이 10% 정도 높아진다고 하는데, 100시간 경주에서 선두와 꼴지가 2시간, 즉 2% 뿐이므로 상당한 효과다.

 

 "한 패가 되거나, 집으로 가거나"

 

  • 순위는 상대적이다. 내가 어제보다 잘 달려도 남들이 모두 더 잘 달리면 나는 꼴지가 된다.
  • r-EPO 등장 이후 우승자의 평균 속도는 9% 증가했으며 도핑을 거부한 이들은 낙오자가 되었다.
  • "부정행위를 안 하면 진다"는 현실은 찰리 프랜시스의 "도핑은 전적으로 자기 방어 행위"라는 궤변을 낳았다. 
  • 찰리 프랜시스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도핑으로 메달을 박탈당한 육상선수 벤 존슨의 코치였다.
  • 집단으로 달리는 자전거 경주에서, 무리에서 낙오되면 앞 사람이 바람을 막아주는 드래프팅 효과까지 놓친다.
  • 이중으로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되니 무조건 도핑을 하고, 걸리면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공정의 역설

 

  • 영화 "뷰티풀 마인드 (2001)"의 모델 존 내시(John Nash)이 창안한 내시 균형(Nash equlibrium)은 이렇게 요약된다.
"I think he thinks that I think that he thinks that I think..."
"그가 생각하는 걸 나도 생각한다고 그가 생각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 게임 이론에서 참가자가 일방적으로 전략을 바꿨을 때 얻는 것이 없는 경우를 말하며,
  • 식당 가격부터 국가간 외교 정책까지 많은 결정의 밑바닥에 깔린 판단 기준이다.
  • 이를 적용하면, 모든 사람이 규칙을 위반하면, 부정행위를 중심으로 균형이 이루어지며 규칙 위반이 정상이 된다.
  • 모두가 규칙을 어기기 때문에 게임이 공정해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 규칙이 공정해도 지원을 잘 받을 수 있는 윤택한 여건의 선수가 현실적으로 유리하다는 방어를 할 수 있겠지만,
  • 도핑의 피해자는 도핑을 시도조차 할 수 없는 무수한 하위 그룹이 된다는 사실은 종종 잊혀진다.

 

 고리 끊기

 

  • 모두의 도핑은 당장은 공정해 보인다.
  • 그러나 장기적으로 시스템 전체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고리를 끊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 도핑 적발시 팀 전체의 출전을 금지시킴으로써 금기를 외부에서 내부로 이동시키고
  • 선수의 HCT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함으로써 설명할 수 없는 범위 이상의 급등을 탐지한다. (생체 여권)
  • 그리고 이들에게 벌하는 보복적 정의(retributive justice: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서 벗어나
  • 피해자의 손실을 회복시키는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에 집중한다. 
  • 이 글도 암스트롱이 암환자들에게 베푸는 자선 행위를 끝으로 마무리한다.

 

희망을 향한 노력

 

  • 불공정 사건이 불거질 때 반응은 둘로 나뉜다.
  •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 있어?" vs "안 그런 사람 있나? 재수 없게 걸린 거지"
  • 이 글에서 말하듯 플레이어들에게는 공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운동장 밖의 관객에게는 부정행위가 된다.
  • 걸리기 전에는 운동장에서의 평가가 전부이지만
  • 링에서 내려온 뒤에는 관객으로부터의 평가가 전부가 된다는 사실만 잊지 않기로 하자.

 

합법적인 도핑을 찾자면, 좋은 동료가 아닐까 싶다.

 

  • 내가 속한 조직 안에 없다면 밖에서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 많은 학회가 이렇게 생겨나 여러 조직의 사람들이 교류하는 장이 되고 있다.
  • 그리고, 네트는 넓다 (ネットは広大だわ. 1995, 공각기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