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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아 컬럼 모음 - 생각의 힘] (최인아, 2019~. 이석봉, 2020)

● 최인아라는 분에 대해 잘 몰라도, 최인아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1991)를 만든 제일기획 최초 여성임원이자

    - 상무 6년차에 1년간 휴직을 내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고

    - 전무로 은퇴 후 최인아 책방을 열어(2016) 수많은 독립서점의 길을 열어준 분.

 

지난 주 한 행사 장소에서 대덕넷 이석봉 대표님을 뵈었다.

    - 처음 뵙는 자리에서 으레 그렇듯 명함을 드리고 받는데 두툼한 종이 뭉치를 주신다.

    - "한번 읽어봐요. 심심풀이 땅콩."

    - 동그란 안경 너머로 웃음과 함께 건네주셔서 얼결에 감사합니다 하고 받았는데

    - 이제까지 연재된 최인아 칼컬럼을 보기 좋은 크기와 폰트로 인쇄해서 묶어주신 것.

 

종이 첫 장엔 이석봉 대표님의 짧은 글이 있다.

    - "(전략) 이 분이 동아일보에 2019년 5월부터 칼럼을 싣고 있습니다. 주로 젊은이들에 대한 발신입니다. 사회 생활의 기본을 알려주고 생각의 힘을 키워준다고 할까요.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내실 있게 살아가도록 하는 내용들이 옥구슬처럼 빛납니다. '나 때는 말이야' 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로도 받아 들일 수 있지만 전달 방식이 설득력 있습니다. 그 칼럼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젊은이한테도 사회 생활을 오래한 사람한테도 되새김질할 내용인 듯 합니다. 조금이라도 도움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입니다."

    -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자기 소속이나 지위를 밝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개 그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 그런데 을 주시는 분은 처음이라 신선했고, 요새 많이 지친 마음에 힘이 되는 글이라 더 감사하다.

    - 그래서 이 글의 제목에 굳이 대표님을 넣었다. 칼럼은 최인아님이 쓰셨지만 내게 주신 분은 이석봉님이기 때문이다.

 

요즘의 내게 딱 필요한 글이다.

    - 요새 많이 비틀거렸다. 흔히 말하는 '현타'를 세게 맞았기 때문이다.

    - 여파가 한동안 있었고 앞으로도 조금 더 있겠지만 붙잡고 일어설 지팡이는 잡은 것 같다.

    - 그래서 글을 쓴 최인아님, 전달해주신 이석봉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더 크다.

 

최고의 카피라이터답게, 칼럼이라는 매체의 특징에 맞게 군더더기가 없다.

    - 감히 내가 따로 정리할 말이 없다.

    - 최인아 칼럼 전문은 최인아 책방 홈페이지(linktr.ee/inabooks)에서 몇 번이고 다시 읽을 수 있다.

    - 칼럼의 몇 구절을 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마친다.

 

○ 개인 역시 월급을 받는 대가로 회사 일을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나의 일'을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조직원이기 이전에 개인이고 나 자신이므로. 혹시 많은 기업들이 밀레니얼 세대와 일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그들을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조직원으로 대하기 때문은 아닐까. (2019. 05. 18)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바라볼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럴 때 나 자신을 브랜드로 바라보고 어떻게 해야 장기적으로 가치를 발생시키며 성장할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애쓰지 말자는 시대에 애쓰자는 얘기가 시대착오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한데, 어떤 광고쟁이 한 사람은 그러면서 길을 찾았다. (2019. 06. 15)

 

하던 일을 더 잘하는 걸로는 우리 앞에 닥친 변화의 파고를 넘기 힘들다. 질문해야 한다. 그것도 솔루션을 품은 질문을 찾아야 한다. 온 나라가 높으신 분의 말씀을 받아 적기만 해서는 길을 찾을 수 없다. 당신은 지금 어떤 질문을 품고 있는가? 질문의 수준이 솔루션의 수준이다! (2019. 07. 13)

 

일전에 행정고시에 합격해 임용을 앞둔 사무관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일이 있다. 나는 감히 젊은 고급 공무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은 뛰어난 공무원을 가질 권리가 있으니 앞으로 일을 잘하시라고! 일을 잘하려면 당신들의 업무와 자리가 요구하는 바를 하라고. 거창한 것을 부르짖기 전에 할 일을 하라고. (2019. 09. 07)

 

청년들은 앞이 안 보인다고 지레 숟가락을 놓는데 물러나야 할 사람들은 음식 앞에 달려드는 형국이니 세밑에 걱정이 많다. 그래도 애를 써 이 어려운 시기를 잘 통과하면 좋겠다. 내 인생이니까! 애쓴 것은 어디 안 가고 내게 남는 법이니까! (2019. 12. 28)

 

○ 모든 경쟁을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패배한 경우엔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경쟁자에게 지는 게 아니라는 것. 먼저 무너진 상태에서 지고 들어간다는 것. 경쟁자의 더 좋은 아이디어는 피니시 블로(마지막 결정타)일 뿐 실은 패배의 이유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가 현장에서 발화한다는 점이다. (2020. 04. 18)

 

그는 "나 자신의 향기를 오래, 또 가장 아름답게 날릴 수 있는 곳에 자신을 맡기라"고 후배들에 조언했다. 기업의 브랜드처럼 사람의 브랜드도 '성장기-전성기-성숙기'를 거치는데 자신의 브랜드 파워를 유지할 수 있는 적임지를 찾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2007. 01. 17, 중앙일보 김필규 기자, '그녀는 프로다' 그 카피를 뽑은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