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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대변동] (Upheaval. 재레드 다이아몬드, 2019)

  • 위기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 누구에게나 : 개인에게나 국가에게나
    • 어떤 형태로든 : 내부에서, 또는 외부에서.
  • 위기는 한층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단, 현명하게 극복해 냈을 경우에.
  • 이 책의 저자는[총, 균, 쇠]에서 보여준 넓은 시각으로 자신의 조국을 비롯한 일곱 나라들이 과거와 현재에 마주한 위기, 그리고 극복의 사례를 12단계로 정리한 위기의 결과와 관련한 요인에 비추어 서술하고 있다.
  위기의 결과와 관련한 요인
  개인의 위기 국가의 위기
1 위기 인정 : "지금은 위기다"
2 책임 수용 : "남 탓만 해선 안된다. 내가 뭔가 해야 한다"
3 울타리 세우기 : "어디까지 바꾸고 어디를 유지할 것인가"
4 외부의 물질적 지원
5 롤모델 : "본보기로 삼을 만한 외부의 사례"
6 자아 강도 국가 정체성
7 정직한 자기 평가
8 과거의 위기 경험
9 인내 국가의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
10 유연한 성격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국가의 능력
11 핵심 가치 : "무엇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가"
12 개인적/지정학적 제약으로부터의 해방
  • 그러나 [총, 균, 쇠]에서 지금의 강대국은 이 큰 역할을 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이 책에서는 역동적인 필체로 여러 나라가 겪었던 고난과 이를 이겨내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행했는지를 서술한다.
    • 가까운 일본의 경우 페리제독의 흑선 내항으로부터 이어진 메이지 유신의 과정을 들고 있으며
    • 북유럽의 소국인 핀란드의 경우 1930년대부터 냉전시대까지 강대국인 소련(그리고 러시아) 옆에서 생존을 지켜내기 위해 최근까지 이어온 `Finlandization`까지 연민어린 시선을 감추지 않는다.
    • 쿠데타와 반대파에 대한 고문, 암살이 이어졌던 칠레와 인도네시아의 가슴아픈 역사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 3부에 해당하는 국가와 세계: 현재진행형인 위기들에서는 명백히 진행중이지만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일본과 미국을 대상으로 짚음으로써 인류 자체가 지금 위기에 처해있음을 인정하고 (위 표의 요인 1) 책임을 함께 수용하자고 (요인 2) 촉구하고 있다.
    • 화석에너지 대신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처럼 "덜 나쁜" 에너지를 사용하고
    • 물고기 등 자연자원을 남획하여 씨를 말리는 행위를 중단하자고 주장한다.
  •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서는 지도자의 역할에 대한 연구를 인용하며 위기의 돌파를 위해 현명한 지도자가 중요함을 힘주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역설하고 있다.
    • 이 예시를 위해 사용한 통계가 "지도자가 재임 중 사망한 이후 국가의 변화"이다.
    • 책에서 영웅사관을 채택하지는 않고 있지만 위기의 순간에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ex. 비스마르크 vs 히틀러)는 국가의 운명을 충분히 결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 코딩과 보고서, 과제발표로 인해 방해를 많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600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들고 있는 순간만큼은 즐겁게 몰입하여 읽었다.
  •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문장력, 적절한 완급 조절과 우수한 번역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렇게까지 집중된 이유는 내 개인적 삶과 우리 나라의 역사를 투영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 특히 핵심 가치라는 뻔한 문구가 크게 와닿았는데, 전 직장에서 10년 넘게 몸담은 전공을 버리고 매년 새로운 분야에서 주 100시간 가까이 5년간 일하며 생존을 쟁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난 무엇을 추구하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 끝에 회사를 등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 국가적으로는, 이 책에서 언급한 독일, 일본, 칠레가 마주한 위기를 그대로 모아서 정리한 것이 지금의 한국이라는 생각은 이 책의 독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다.
    • 신세대에서 기성세대로 넘어왔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일부나마 해결할 책임을 느낀다.
  • 다만 결과론적인 저자의 시각은 다소 불편하다.
    • 책의 부제 자체가 위기의 순간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이기 때문에 위기에서 벗어나면 Good, 위기에 여전히 빠져 있으면 Bad. 라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 하지만 급하게 땜질한 해결은 향후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고, 저자가 신재생에너지를 권장하며 적용한 논리대로 사회적 비용이 단기적으로 크게 유발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면 장기적으로는 큰 위기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 저자가 후술했듯 본 저서는 UCLA에서의 강의를 엮은 것이긴 하지만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향후 연산화한 측정('operationalized measure')에 기반한 정량적 연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진보된 결론이 나올 것을 기대해 본다.
  • 내가 이 책을 읽기 전보다 조금은 지혜로워졌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