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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엑셀 대신 파이썬으로 업무 자동화하기](포스코 인재창조원 著, 2022)

● 수백명의 엑셀 작업자

- 수년 전 이야기.

- 공정개발 부서에 회의를 하러 갔는데, 한 층을 가득 메운 수백명의 실무자 모니터에 같은 화면이 떠 있었다.

- 모두 엑셀을 띄워놓고 뭔가 숫자를 가져오기도 하고 입력하기도 하고 있었는데, 

- 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하기 위해 고용되어 있다는 사실, 회사가 비용을 지불한다는 사실이 놀랍게 다가왔다.

- 코딩을 지금처럼 본격적으로 할 때는 아니지만, 숫자 옮기고 계산하는 일인데 좀 더 잘 할 수 있지 않나? 싶었다.

 

● 업무 자동화

- 대학원에서는 Origin을 썼는데, 그 회사에는 Origin 라이센스가 없었다. 

- 그래프는 엑셀을 사용해 그리는 것이 보통.

- 기업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알아서 찾아 쓰라는 방식. 문제시 징계.

- 엑셀이 클릭 클릭으로 다듬기는 좋지만 이게 백 건을 넘어가면 슬슬 영혼이 가출하고 손가락이 뻐근하다.

- 코딩과 거리가 먼 나였지만 "이러느니 코딩한다"고 구글을 뒤져 만든 짜집기 파이썬 코드는 생각보다 잘 작동했다.

- 대학원 때 SNR 계산하느라 Ctrl + C/V를 하다 지쳐 코딩한 적이 있었는데 비슷한 상황. 

- 낯선 일을 한 번 겪으면 경험이 되지만 두 번 겪으면 맛을 보게 된다. 

- 그 뒤로 두 번 이상 할 것 같은 일은 최대한 코드를 짠다. 당장은 낯설어도 그게 남는 장사다.

 

● 강요할 수 없다.

- 파이썬이 윈도에서도 잘 돌아가고 C언어보다 다루기 쉽다 보니 관련 정보가 많다.

- "파이썬 업무 자동화"라는 제목을 잠깐만 검색해봐도 관련 글, 영상, 책이 넘친다.

- 그런데 궁금하다. 코딩을 어려워하는 분들 중 몇 분이나 저런 글을 따라해 봤을까?

- 과거의 나를 돌이켜 봐도 그렇고, 지금 주변 분들을 봐도 그렇고 맛을 본 사람은 점점 가속이 붙지만

- 자동화의 맛을 보기 전 사람들은 누가 알려준다고 해도, "괜찮아요. 저 잘 하고 있어요. 안 힘들어요 ^^;"

- 감히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비효율이 숙달화돼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 최종적으로 본인의 선택이겠지만 스스로 더 잘 해야겠다는 의지가 샘솟지 않는 이상 강요할 수 없다.

- 아무리 좋은 교육을 받아도 넘어야 할 장벽은 존재하고, 내 자리에서 내가 안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 전략이 필요하다.

- 파이썬에 능숙한 이들 입장에서 "파이썬 코드 좀 보세요, 참 쉽죠?"라는 책들은 전달되기 어렵다.

- 지식을 전달하는 입장에서는 "이 정도는 알아야지" 싶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소화 불량에 걸린다.

- 무엇보다 이 재미 없는 print, if, for 등등을 외워서 어디에 써먹을 지 알기 어렵다.

- 본인의 업무는 회사 그룹웨어에서 데이터도 가져와야 하고, 읽어들인 데이터로 다소 복잡한 계산도 해야 되는데

- 짧은 시간에 머리에 넣은 지식은 여기까지 닿기 어렵기 때문이다.

-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기껏 며칠, 또는 몇 주짜리 파이썬 교육을 받아놓고도 복귀해서 써먹지를 못하고 있다.

 

● 엑셀 반, 파이썬 반

-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전략을 많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 전체의 4분의 1 가량인 Part 1이 파이썬 기본 문법에 할당된 것은 어쩔 수 없던 것으로 보인다.

- 파이썬을 전혀 다루지 못하는 초보를 독자로 산정한 것 같다.

- Part 2에서 조금 흥미를 느꼈다. 파이썬으로 엑셀하기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데, 작은 작업을 엑셀에서 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곧이어 파이썬에서 같은 작업을 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 예를 들어 엑셀의 B2 셀에 있는 "김"과 C2 셀에 있는 "철수"를 합치려면 빈 셀에 "=CONCATENATE(B2, C2)"라고 입력하는데, 이걸 파이썬에서는 pandas를 사용해 구현하는 식이다.

- 엑셀에 조금 익숙한 사람이라면 호기심이나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 거꾸로 나처럼 파이썬은 좀 아는데 엑셀은 많이 써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엑셀을 공부할 수 있다.

- 특징이 있다면 숫자 처리보다 문자열 처리에 분량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 행정직을 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닐까 싶다.

 

● 업무 자동화 시나리오

- 일단 이 책에서는 openpyxl로 엑셀 파일을 다루는 방법, 그리고 python-pptx로 파워포인트 장표를 만드는 코드를 제공하지만 저자들의 고민은 그 뒤에 느껴진다.

- 기술 전달에 머무르지 않고 유통매장의 고객 만족도 분석하기 등 작은 프로젝트를 통해 실전과의 거리를 좁힌다.

- 설명이 길지 않아서 초심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고 결과 중심으로 따라가기 좋다. 

- 조금 더 자세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은 부분도 있지만, 옆자리에 그 정도 설명해 줄 사람 한 명쯤은 있을 것도 같다.

- 예제도 실제 한 번쯤은 할 법한 일들로 잘 뽑았다.

- 예를 들어 python-pptx 예제는 사람 이름만 다르고 서식이 모두 같은 명찰 제작하기다. 

 

● 부가 기술

- 코딩은 반복 업무를 쉽게 해 주지만, 애석하게도 파이썬에서 문서파일을 읽어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

- 웹페이지를 읽어야 할 때도 있고 마우스를 조작해야 할 때도 있으며 네이버 같은 포털에 로그인을 해야 할 때도 있다.

- 난이도가 아주 높은 기술들은 아니지만 초심자 입장에서는 이게 가능한지도 모르는 기술들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 역시나 주변에 물어볼 사람이 한 명쯤 필요하긴 하지만, 왜 굳이 파이썬을 써야 돼? 라는 질문에 답이 되어 준다.

 

● 내가 봐야겠다.

- 앞 부분을 훑을 때만 해도 서평을 쓰고 나서 회사 내 필요한 분께 드릴 생각이었다.

- 파이썬은 웬만큼 하니까. 내겐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 그런데 파이썬에 대응되는 엑셀 함수 설명이 요긴할 것 같고, 특히 웹 크롤링을 비롯한 업무 자동화 부분이 좋다.

- 이 책의 설명이 아주 충분하지는 않지만 여기서 실마리를 잡아 구글링을 하기엔 충분하다.

- 일을 덜 하고 같은 월급을 받고 싶다면 이 책을 한번 보셔도 좋을 것 같다.

- 그나저나 포스코는 인재창조원에서 이런 책도 내주는구나. 부럽다. 진짜 업무 방식을 바꾸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 한빛미디어 2022 도서 서평단 "나는 리뷰어다"의 일원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