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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독서모임 꾸리는 법] (원하나 著, 2019)

● 책 냄새
- 책에서는 독특한 냄새가 난다.
- 서점의 새 책에서는 빳빳한 풀 냄새가 나고
- 도서관 서가에 꽂힌 책에서는 시큼하고 묵직한 향이 난다.
- 어려서부터 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냄새를 좋아했다.
- 서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들뜨기 시작한다.
- 머리칼이 곤두서고, 자꾸 두리번거리고, 오줌이 마렵다.
- 그러다 한 권을 사면 집에 오는 시간을 못 참고 읽는다.
- 책을 읽다가 내릴 정류장을 지나친 정류장이 여러 개고
- 길을 걸으며 읽다가 전신주에 머리를 부딪힌 적도 많다.
- 스마트폰에 이 시간을 많이 내주었지만
- 후각부터 시작되는 이 몰입감은 비교 대상이 없다.

독서
- 책 읽기를 좋아한다.
- 머리에 새로운 지식이 들어오는 것도 좋고
- 저자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롭고
- 엊그제 읽은 글로 아는 체하며 우쭐대기도 철없이 좋고
- 현실에서 벗어나 책 속에 풍덩 빠진 느낌도 좋다.
(같은 이유로, 수영할 때 입수 직후 귀가 젖으며 웅- 하는 경험이 좋다)
- 우연히 내가 읽은 책이 화제에 올랐을 때 내 감상을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 같은 책을 읽은 다른 이의 다른 감상이 너무 흥미롭다.

독서모임
- 그런데 독서모임은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다.
- 누군가 시작해주어 참여한다면 즐겁게 갈 것 같은데,
- 공부 이외의 책읽기가 의무가 되는 것이 묘하게 싫고
- 독서모임 뿐 아니라 모임에 쓸 에너지와 시간이 없다.
- 사실 성격도 남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 아니라,
(비대면과 이메일, 게시판, 메신저를 선호한다)
- 이런 일을 새로 시작한다면 진이 빠질게 뻔하다.
- 누군가 권해준 퍼실리에이터 교육은 받아보고 싶긴 하지만 관점이 좀 다르다.
- 그래서 내게 독서모임은 관심과 동경의 대상일 뿐이다.
- 호감은 있으나 멀게만 느껴진다는 뜻이다.

독서모임 꾸리는 법
- 어쩌다 이 책을 읽었다.
- 손바닥만한 150페이지 책. 단숨에 읽힌다.
- 일면식이 없는 저자가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열정적으로 말을 쏟아내는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 책을 좋아해서 독서모임을 여럿 만들었고,
-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이래저래 받은 흔적,
-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싹같은 호기심으로 새 모임을 꾸리는 모습,
- 새로 독서모임을 만드는 이들에게 주는 조언과 주의가 빼곡하다.
- 독서모임을 만들 생각은 여전히 없지만,
- 독서모임을 어디서 카페에서 하고 있다면 무관심한 척 귀퉁이 자리에 앉아 귀를 쫑긋하고 싶을 정도의 호기심이 생겼다.

약간의 경험
- 사실, 독서모임을 살짝 엿본 적이 있다.
- 시한부 선고를 받은 로스쿨 학생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 지금은 고인이 되신 그 분은 예정된 자기 죽음을 알고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 이제껏 해온 게 책을 읽은 것 뿐이라 나누어주고 싶었다는 말이 묵직하게 다가왔고
- 성치 않은 몸으로 발제문을 인쇄하며 독서모임을 준비하던 모습과 함께
- 병세가 악화됨에 따라 장소를 자기 집으로 옮기고 변기까지 깨끗하게 청소하는 모습이 숭고하게 다가왔다.
- 독서모임에 참석하던 분들의 모습도 인상깊었는데,
- 살면서 한 화면에 잡힌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선하면서도 진지한건 처음 본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이 분들이 자기 생각을 말할 때 진지하게 듣던 청년의 표정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저렇게까지 듣는다고?"

● 어쩌다 이 책을 읽었냐면
- 연휴를 포함해 정신이 없이 몇 가지 일정이 지나갔다.
- 마침내 일정을 마쳤는데 이상하게 개운하기보다 현타가 왔다.
- 멍한 가운데 심부름으로 책을 반납하러 간 도서관.
- 서가에 빼곡한 책을 보는 순간 숨이 가빠졌다.
- 굶주린 사람이 음식을 해치우듯 허겁지겁 한 권을 읽고 싶었고, 그 와중에 빌려놓고 못읽으면 또 스트레스가 될 줄 알았다.
- 시야에 들어온 책 중 가장 작고 얇은 책이 이거였다.

북클럽 소재 책, 영화
- 이 책의 말미엔 북클럽을 소재로 한 여러 책을 소개한다.
- 감독을 소재로 한 영화, 만화가를 소재로 한 만화는 한층 두껍고 내밀하고 재밌다.
- 작자가 자기 이야기라 더 잘 알테고, 더 깊을 터라 그런 것 같다.
- 북클럽을 다룬 책도 그래서 기대가 된다.
- 내 인생 최고의 책(2017),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2018), 수상한 북클럽(2014), 제인 오스틴 북클럽(2006),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2018), 같이 읽고 함께 살다(2018), 소중한 경험(2015). 책 먹는 법(2015), 모두의 독서(2017)
- 이 중 일부는 영화로 나와 있다.
- 이번엔 영화에 몸을 녹여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