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 강의 3부작
- 작년, 여의도에 위치한 모 기업으로부터 3연속 2시간짜리 강의 요청을 받았다.
- 첫 번째 시간은 데이터 분석에 대해서: 데이터를 어떤 마음으로 들여다 봐야 하는지
- 두 번째 시간은 데이터 시각화에 대해서: 실무자 입장에서 느낀 중요 포인트를 어떻게 강조해야 하는지
- 세 번째 시간은 AI로 일하는 방법에 대해서: 조직 내에서 데이터로 일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 AI로 일하는 방법?
- 처음 두 시간은 내 경험에 전문가들의 조언을 덧붙여 있는 그대로 풀어 놓으면 되는 것이라 걱정이 안됐다.
- 먼저 과기부 산하 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요청으로 온라인 강의를 했었고, 반응도 좋아서 자신감도 있었다.
- 문제는 세 번째. 언론 보도와 달리 실무자 입장에서 직간접적인 실패 사례를 백 배쯤 더 많이 경험한다.
- 간혹 언론에 좋게 나오는 것도 실제 담당자 말을 들어보면 시체로 탑을 쌓아 성을 넘었다는 느낌이 태반.
- 스스로 느끼기에 정말 일 잘했다 싶은 케이스는 꼴랑 두 건. 결과는 모르겠고 내 몫은 했다 싶은 게 몇 건,
- 직접 겪은 실패가 저것보다 많고, 옆에서 지켜본 실패는 수십 건.
- 이 글을 읽으시는 분께 참고가 되고자 기준을 말씀드리자면 이렇다.
- 정말 제대로 일했다 = 업무 절차로 자리매김이 됐다.
- 결과는 모르겠고 내 몫은 했다 = 논문이나 특허는 내서 일을 한 티는 냈다.
- 실패했다 = 보고는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윗 분들은 넘어갔는데 현실은 바뀐 게 없다.
- 1월 3일 출간, 1월 13일 존재 인식, 1월 14일 오프라인 서점 구매, 1월 18일 발표
- AI 업무가 언제 망하고 언제 잘 되는지에 대한 경험은 있지만 수많은 사람 앞에서 말하긴 부담스러웠다.
- 고민하던 차에 이 책의 출간 소식을 접하고 바로 다음날 차를 몰고 서점에 가서 잽싸게 샀다.
(재고 확인 전화 필수!) - 발표는 하기로 되어 있고, 어설픈 경험을 전달하는 대신 저자의 경험이 풍부한 이 책을 적당히 인용할까 싶은 생각이었다.
- 그런데 막상 책을 사서 보니 내 경험과 생각을 글로 써놓은 것처럼 정리가 되어 있다.
- 영입 인력으로 AI 부서를 따로 만들어 모든 일을 맡겨버리면 커뮤니케이션 부재로 겉돈다: 무슨 데이터가 있는지조차 모른다.
- 내부 인력에게 너희가 배워서 하라고 하면 안 한다: 현업도 바쁘고 자기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 이 분이 겪은 현실이 나랑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고 발표도 잘 마칠 수 있었다.
- 결론적으로,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 회사의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부터 AI를 배워야 제대로 된 전략을 세우고 평가가 가능하다.
- 출연연처럼 자율성이 높은 집단에서는 경영진은 물론이고 과제 책임자들까지 배워야 계획이라도 세울 수 있다.
- 딱 두 건 있었다는 성공도 당시 최고책임자가 직접 디테일을 챙기고 거기에 맞는 인력 지원을 해서 가능했다.
- 상무가 "알아서 잘해봐" 했거나 수석급이 "열심히 하겠습니다" 했으면 분명 실패했을 일이다.
- 데이터를 파는 과정에서 그동안 얼마나 주먹구구로 일을 했는지 알게 됐고, 표준 업무 방식(protocol)을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 대부분 실패의 원인은 오해와 무지
- 한 분야의 전문가, 한 분야에서 나름 입지가 있는 회사가 "우리도 AI 하자!"라고 할 때는 대개 이런 생각이다.
- 첫 번째는 요새 남들 다 AI 한다는데 나만 안하면 처질 것 같은 불안감.
- 두 번째는 AI가 뭔지 몰라도 킹왕짱 세고 좋은 거라니까 그거 하면 지금보다 잘 할 것 같은 느낌.
- 결과를 먼저 말하면 둘 다 망하기 쉬운 마인드인데 두 번째가 실패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 AI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조직들을 보면 AI라도 도입하지 않으면 망할 것 같은 절박함에 스스로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곳들.
- 비 IT 대기업 중에서는 SK 그룹이 가장 발걸음이 빠르고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실패를 유산 삼은 시도 끝에 성공 사례가 들린다.
- 한 조직에 AI가 스며들고 있는지 알려면 업무 방식이 변하는지 보면 알 수 있다.
- 민주주의가 이념이 아니라 절차인 것처럼, AI 도입도 비싼 기계를 사는 것이 아니라 절차를 개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스포츠로 치면 당장 우승을 위해 능력자를 스카우트하는 윈 나우(win now) 전략이 아니라
- 당장은 성과가 덜 나오더라도 장기적으로 팀의 체질을 바꾸는 빌드 업(build up)을 하겠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 두 번째가 첫 번째보다 더 실패할 확률이 높은 이유는 스스로를 바꿀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 업그레이드: 자전거에서 자동차로
- 자전거를 타다 자동차를 타면 먼 거리를 빨리 갈 수 있고 무거운 짐도 실을 수 있다.
- 하지만 자동차는 돈을 주고 산다고 곧장 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 자동차를 몰기 위해 도로교통법도 알아야 하고, 때맞춰 기름을 넣고 보험료를 납부할 경제력도 있어야 한다.
- 기계공학과를 나오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차에 대해서 공부할 필요도 있다.
- 그래야 이상을 감지해서 사고를 예방하고, "왜 하늘을 못 날지?" 같은 엉뚱한 기대와 실망도 없다.
- 이런 요건들을 맞춰 자동차를 몰다 보면 자전거를 탈 때와는 마인드 자체가 바뀌고 결과적으로 삶의 질이 향상된다.
- 도로교통법을 배울 생각이 없거나 유지비가 없는 사람이 산 차는 애물단지를 넘어 남에게 민폐가 된다.
- 업그레이드: 수작업에서 AI로
- 자동차에게 밥이 아니라 기름이 필요하다면 AI에겐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 컴퓨터 공학과를 나오지 않았더라도 컴퓨터를 어느 정도 알아야 하고,
- 통계학과를 나오지 않았더라도 데이터를 정량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한다. 데이터 리터러시라고 한다.
- 요새 오픈소스가 잘 나와서 "다운받아 돌리면 된다"라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분들은 자기가 틀리고도 틀린 줄 모른다.
- 무엇보다 AI가 뭔지조차 모르니 이걸로 뭘 할 수 있는지는 더더욱 모르고 엉뚱한 기대와 실망이 반복된다.
- 그래서 서울대 조성준 교수님과 이 책의 저자인 장동인 대표는 CEO와 임원이 직접 코딩을 해야 기획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 마찬가지 이유로 실무를 모르는 AI 전문가는 그럴싸한 헛소리 대마왕이 되기 쉽다.
- 그래서 KAIST 장영재 교수님과 내가 학부시절 산업공학을 수강했던 서울대 교수님은 제발 현장에 가서 보라고 말씀하신다.
- AI는 방구석에서 뚝딱 해서 턴키 방식으로 전달하는 기계가 아니라 잦은 피드백으로 상황과 절차를 개선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 서평을 쓸까 말까
- 책을 사서 읽어보니 제법 마음에 들었고 당장 활용도 잘 했다.
- 주변 분들에게 권하고 싶었지만 서평을 쓸까 말까 한 달을 넘게 망설였다.
- 다른 책들과 달리 내가 처한 상황에 직결된 책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남 탓을 하는 것처럼 보일까봐서였다.
- 혹여나 그런 느낌이 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다는 점을 알아주기 바라며, 건설적인 시각으로 이 글과 책을 읽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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