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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PTIC, 29-1. 게임 이론으로 본 도핑의 유혹](2022) ● "abuser는 abusing으로밖에 이길 수 없다" 친구들끼리 모여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던 90년대 말, 종종 반칙을 쓰는 사람들을 만났다. 게임 중간에 동맹 관계를 바꾸어 자기 친구들 편에 붙음으로써 4:4를 5:3으로 만든다거나, 자기 유닛이 없는 상대방 진영을 볼 수 있는 맵핵(map hack)을 쓰는 일이 흔했다. 이런 플레이어를 abuser라고 불렀는데 웬만큼 못하지 않고서야 이기는 일이 불가능하다. 상대방이 맵핵을 쓰면 나도 맵핵을 써야 공정한 게임이 되는 역설이 생겼고, 맵핵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PC방들이 절반을 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합리적인 선택이다. 맵핵을 하지 않으면 당할 수가 없으니 손님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 도핑에 대한 다큐멘터리, (ESPN, 2020) 스켑틱 ..
[최고의 부모들은 아이를 어떻게 키웠을까](김정진 著, 2018) ● 슬슬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지 고민이 생긴다. 아이들을 종종 번쩍 들어 안아주는데 무게가 심상치 않다. 예전엔 동시에 둘 다 안아 들고 빙글빙글 돌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하나만 오래 안아도 힘들다. 아기라는 단어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아이라는 말이 어울리고, 어린이도 어색하지 않다. 밥만 잘 먹이고 아프지 않은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조금 어려운 단어도 알려줘야 할 것 같고, 숫자 계산도 조금 더 빠르게 잘 해야 할 것 같다. ● 아이들이 어떤 직업을 가질지를 생각하면 궁금과 걱정이 동시에 된다. 가장 빠르게 변하는 데이터와 AI를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사회 변화에 민감해졌다. 이미 학생 입장에서 대학에 들이는 비용은 효용을 초과했다. 좋은 대학을 나와서 최고의 효용을 뽑아낼..
[미국 주식으로 시작하는 슬기로운 퀀트 투자](김용환, Yubin Kim 著, 2021) ● 노동 가치 하락 3~4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노동 가치 하락에 대한 기사가 많이 보인다. 코로나 이후 유동성이 폭발하면서 치솟은 주식 시장의 여파 그리고 더 이상 월급을 모아서는 살 수도 없고 대출을 하고 갚기도 어려운 부동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면 늘어난 기대 수명. 정년퇴직을 기대한다면 60대 초반, 사기업이라면 50을 넘기기 힘든 현실에서 퇴직 후가 너무 길다. 내가 잠을 자도 돈이 벌리는 시스템이 절실해졌다. ● 주식 시장 개인적으로 부동산 재테크를 좋아하지 않는다.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남의 보금자리를 담보로 내 욕망을 채우는 기분이 들어서 그렇다. 하지만 주식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이다.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어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고, 주식 투자..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AI 지식](박상길 著, 정진호 畵, 2022) AI 지식은 수명 주기가 짧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뉴스가 언론에 쏟아지고 여기에 발맞추어 정부에서는 계속 뭔가를 하겠다고 한다. 우리 나라는 워낙 변화가 빠르고 미국은 AI 기술의 원류라 그러려니 해도 자료를 찾으려고 구글을 뒤적거리면 나라마다 엄청난 일을 해대고 있다. 어디서 하나 주워들어서 재활용하기가 만만치 않다. 굵은 줄기를 잡아야 한다. 이 분야에 발을 처음 들였을 때, 쓸려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깊이 들어간다는 dive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어디가 깊이 방향인지도 모르겠더라. 이 쪽을 좀 하다 보면 저 쪽은 뭐지 싶고, 하나를 파다 보면 다른 걸 모른다. 이럴 때일수록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적어도 불안감은 덜 하다. 가볍게 쓰인 글들이 제법 유용하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굵은 줄..
[신 타이포그래피 혁명가 얀 치홀트](김현미 著, 2000) 한 우물 파기와 자기 혁신의 공존 얀 치홀트(1902-1974)의 직업은 타이포그래퍼(typographer) 글꼴을 디자인하는 사람이자 포스터와 책을 구성하기도 한 디자이너. 부친도 레터링 아티스트였고 평생 이 길을 걸었으니 유전자 수준부터 한 길을 걸은 사람이지만 캘리그라피를 시작으로 바우하우스와 유겐트슈틸, 추상미술을 만나고 나치의 방해를 받으며 계속 진화한다. "어떤 새로운 것도 영원히 새로울 수는 없듯이 타이포그래피의 모습은 계속해서 변해갈 것입니다." 변화의 폭이 어느 정도였냐면, 자신이 과거에 세운 이론에 경도된 사람과 지면 설전까지 벌였다. "좋은 타이포그래피는 정보의 내용과 성격에 적절한 형태를 갖는 타이포그래피이지 (자신이 과거에 주장하고 기틀을 세운) 신 타이포그래피가 아닙니다." 백 ..
[AI로 일하는 기술](장동인 著, 2022) 데이터 강의 3부작 작년, 여의도에 위치한 모 기업으로부터 3연속 2시간짜리 강의 요청을 받았다. 첫 번째 시간은 데이터 분석에 대해서: 데이터를 어떤 마음으로 들여다 봐야 하는지 두 번째 시간은 데이터 시각화에 대해서: 실무자 입장에서 느낀 중요 포인트를 어떻게 강조해야 하는지 세 번째 시간은 AI로 일하는 방법에 대해서: 조직 내에서 데이터로 일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AI로 일하는 방법? 처음 두 시간은 내 경험에 전문가들의 조언을 덧붙여 있는 그대로 풀어 놓으면 되는 것이라 걱정이 안됐다. 먼저 과기부 산하 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요청으로 온라인 강의를 했었고, 반응도 좋아서 자신감도 있었다. 문제는 세 번째. 언론 보도와 달리 실무자 입장에서 직간접적인 실패 사례를 백 배쯤 더 많이 경험한..
[파워포인트 디자인 실무 강의 with 신프로](신강식 著, 2022) 파포는 위대하다. 파워포인트로 하는 보고가 너무 외형에 치우친다는 비판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한편으로 파워포인트를 통해 내용을 꾸미기가 너무 좋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화이트 보드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느낌, 또는 도화지에 색종이를 오려붙이던 느낌이 살아 있는 인터페이스는 뇌와 모니터의 거리를 좁혀 준다. 심지어 이미지의 색조 조정이나 복잡한 도형 편집 등도 가능해서 다른 프로그램을 쓸 일도 없다. 프레젠테이션(PT)을 준비한다는 것은 파워포인트(ppt)를 만든다는 것과 동의어일 정도. 잘 쓰는 사람은 드물다 몇 년 전에 비해 최근에 보이는 ppt의 질이 엄청 올라갔다. 좋은 template가 많이 퍼져서일 수도 있고, 어려서부터 영상 매체에 익숙한 세대가 ppt를 만들기 시작한 결과라고도 생각..
[SKEPTIC, 27-1. 노화에 도전하는 과학](2021) skeptic: 회의론자. 의심 많은 사람 사전적으로 저런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 skeptic은 잡지 이름이기도 하다. 1992년 과학적 회의주의자 마이클 셔머에 의해 발행이 시작되었으며 2015년부터는 한국어판이 발행되고 있다. 원서의 번역본 뿐 아니라 국내 유수 대학 교수 및 정출연 연구원들의 기고문이 실리는데 품질이 매우 우수하다. 1년에 4번 나오는 계간지로 현재 28호까지 출간되었다. 정기구독 시작 (2021.12) 권당 15,000원 (홈페이지 주문시 13,500원). 4권을 받는 1년 정기 구독은 50,000원. 비싼 건 아니다. 막상 받아보니 생각보다 가볍다. 물리적 무게도 그렇고 "대중을 위한 새로운 교양 과학 잡지"를 표방하는 만큼 글도 잘 읽힌다. 뇌를 스트레칭하는 느낌으로 아침에..
[데이터 과학자 되는 법](에밀리 로빈슨, 재클린 놀리스 著, 이창화 譯, 2021) 분노와 짜증으로 가득찬 나날 화를 잘 내지 않고 어디 가서도 둥글둥글하다는 말을 듣는 편이지만 데이터에 발을 들인 이후 많이 바뀌었다. 의심이 많아졌고 분노로 가득하며 체력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서 짜증을 낼 때도 많아졌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은 표면적으로는 특정 데이터나 인물을 향해있지만 나는 안다. 스스로를 향한 것이라는 걸. 기껏 받은 데이터를 원하는 대로 요리하지 못하는 나, 쓸만한 모델을 만들지 못하는 나에게 화가 난다. 내 능력이 한없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과 비례하여 자기 데이터를 제대로 보지도 않는 오너들이 어이가 없다. 쏟아지는 신기술을 따라잡는 건 사실상 포기, 그런데 현업에서는 옛날 기술만 요구해서 성장은 정체된다. 산책이라도 하면서 냉정하게 판단하려고 노력을 하고 나름의 ..
[혼자 공부하는 SQL](우재남 著, 2021) 독학의 시대 많은 이들이 모인 단톡방에선 수시로 질문이 오간다. 간혹 질문을 올린 이가 뻘쭘한지 라는 사족을 붙인다. "컴공이/통계학과가/산공이 아니라 잘 모르겠어요" 그러면 답변과 함께 올라오는 수많은 말들. "저도요." "당연한 거 아닌가요 ㅋ" "여기 분들 거의 그럴걸요?" 나도 파이썬,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등을 혼자 공부했지만 이 분야는 독학이 기본이다. 교육과정 개설, 커리큘럼 짜기, 강사 모집이 신규 수요자를 못따라가니 어쩔 수 없다. 아쉬운 사람들이 구글링하고 맨땅에 헤딩하면서 배울 수 밖에. 그래서 커뮤니티가 흥하고 강사 연봉이 올라간다 - 제안받은 금액만 놓고 보면 2~3달만에 지금 연봉이 나온다. 한빛미디어의 혼공 시리즈 혼자 공부하는 파이썬 (혼공파), 혼자 공부하는 머신러닝 (혼..
[머신러닝 파워드 애플리케이션](에마뉘엘 아메장 著, 박해선 譯, 2021) 조금은 낚인 기분 책을 중간쯤 넘어갔을 때 남은 페이지를 확인해보고 든 생각이다. 사실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 제목만 보고 기대했던 내용은 이랬다. 웹/앱에 머신러닝을 탑재하는 방법 지속적인 학습으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법 한 발 더 나간다면, 웹/앱 사용자 행동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는 법 올해 맡은 업무 중 하나는 데이터 수집과 웹 배포. 여기에 머신러닝 어플리케이션을 하나씩 얹을 계획이라 이런 실용서가 몹시 필요하다. 어쩌면 내 수요가 눈을 가려버렸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내 일방적인 기대였고, 책은 문제가 없다. 한편으로는 무게중심을 데이터에 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머신러닝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며 어..
[데이터 분석가의 숫자유감](권정민 著, 주형 畵, 2021) "그러니까 그게 그거지?" 4차 산업혁명 시대니 AI가 인류를 위협할거니 하지만 현실은 훨씬 건조하다. 데이터, 또는 AI로 뭔가 해보라는 윗선이 있고 쓸만한 데이터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이 있고 분석가가 데이터를 끌어안고 새운 밤을 경험과 직관으로 발라버리는 선배가 있다. 이것들은 힘들지만 나를 조금씩 만들어가는 시련이라면 진짜 빌런은 따로 있다. 아무리 찰떡같이 전달해도 개떡같이 해석해주시고 정해진 답에 끼워맞추는 분들. 웬만하면 내가 부족하겠다 싶지만 수 차례 거듭되면 이 자가 X맨이다. "사장님! 여기 빌런이 있습니다!" 하고 외치고 싶지만 사장은 나보다 이 자와 가깝다. "늘 화가 나 있는 데이터 분석가를 찾습니다." 이 책의 출판사인 리디북스 PD가 저자를 찾기 위해 SNS에 올렸다는 글. 책의..
[fastai와 파이토치가 만나 꽃피운 딥러닝](제레미 하워드, 실뱅 거거 著, 박찬성, 김지은 譯, 2021) 상향식 학습 뭔가를 설명할 때는 기초부터 고급까지 차근차근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하기 빼기를 배워야 곱하기 나누기를 알 수 있고, 미분과 적분처럼 어려운 것들은 나중에 배운다. 이를 상향식(bottom-up) 접근이라고 하며 공교육과 사교육을 막론하고 일반적인 접근이다. "이런거 배워서 어디에 써요?"라는 질문은 공부하기 싫은 이의 핑계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크면 다 알게 돼"라는 답이 여기에 더해지면 지식과 무관한 나이가 권위처럼 여겨진다. 하향식 학습 학교를 벗어나 사회에 나와서 뭔가를 배우다 보면 당장 성과를 내야 할 때가 잦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우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일단 일이 되게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다. 왜 그런지는 나중에 배우는데 안 배워도 되는 경우, 배울 수 없는 상황도 많..
[파이토치 첫걸음](최건호, 2019) "텐서플로 or 파이토치, 뭘 배워야 하나요?" 요새는 좀 뜸하지만 작년, 재작년쯤 커뮤니티에 자주 올라온 질문. 딥러닝 = 텐서플로라는 공식이 상당히 오래 있었고 지금도 텐서플로가 저물었다고 말하긴 힘들다. 일단 텐서플로를 만든 곳이 구글이라는 점, 그리고 공개된 코드가 많다는 점이 상당한 강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딥러닝 입문을 파이토치로 시작하는 분들도 많고, 텐서플로로 짜여진 딥러닝 코드를 파이토치로 변환해서 제공해주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파이토치로 한다고 딱히 어려움은 없다. 딥러닝을 많이 쓰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차피 둘 다 알아야 돼요". "파이토치는 뭘로 배워야 해요?" 파이토치를 배우기로 마음 먹은 초보자의 두 번째 질문. 파이토치에 익숙한 많은 분들께서는 공식 홈페이지..
[데이터 스토리](낸시 두아르테 著, 권혜정 驛, 2021) 감정 기억(emotional memory)은 강하다 우리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매일 열댓시간 이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자극에 노출된다. 일어나서 마시는 물 한잔, 하루 세 끼 먹는 밥과 핸드폰으로 보는 메시지와 뉴스들. 그러나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기억에서 잊혀지는 것이 대부분이라 "내가 점심에 뭘 먹었지?" 하고 갸우뚱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간혹 깊이 새겨져서 제법 오래 가는 기억들이 있다. 감동적이거나, 매우 기쁘거나, 또는 무서웠던 일들. 특히 공포에 관한 기억은 생존 본능을 자극해 편도체에 바로 꽂히고, 그래서 자라를 보고 놀란 사람은 솥뚜껑만 보고도 놀란다. 메시지 전달력 우리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의식이 있는 동안 마주치는 자극들은 의도되지 않은 것들이 별로 없다. 길거리의..
[유닉스의 탄생](브라이언 커니핸 著, 하성창 譯) 이 책은 컴퓨터 책이 아니라 역사책이다. 책의 배경은 1970~80년대 AT&T Bell 연구소. 당시의 벨 연구소는 튜링상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던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소였다. 전화회사가 만든 이 연구소에서 유닉스라고 하는 컴퓨터 운영체제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어떻게 대중화되고, 사업화되고, 모회사의 운명과 함께 어떻게 스러져 갔는지, 그리고 무엇을 남겼는지에 대한 역사서라고 볼 수 있다. 생각보다 익숙한 이름의 사람들, 그리고 알고보니 유닉스에서 유래한 기능들. UNIX에 대한 책인 만큼 UNIX를 중심으로 서술되며,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를 비롯해 놀랄만한 이름들이 자주 언급된다. 그리고 C언어와 TCP/IP 프로토콜, UTF-8 인코딩을 비롯 "이것도 유닉스에서 나왔어?" 싶을 정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