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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썬 스킬 업](브라이언 오버랜드, 존 베넷 著, 조인석 譯, 2021) OOO님이 들어오셨습니다. "저 질문좀 해도 되나요?" 카카오톡 채팅방에 누군가 들어오자마자 인사와 함께 질문해도 되냐는 질문을 한다. 파이썬 오픈채팅방 파이썬 처음처럼(링크: https://open.kakao.com/o/gG6kgabb)에서 자주 보이는 풍경. 파이썬을 사용하다 보면 뭔가 안되고, 구글링을 해도 답이 안나오면 오픈카톡을 찾아 들어온다. 질문의 범위는 여러 가지. 책을 따라 했는데 안된다, 자기 의도와 다르게 나온다. 그림을 어떻게 그리냐 등등. 이 방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의 대부분은 답답한 누군가의 질문과 친절한 여러 분들의 답변이다. 파이썬은 배우기 쉽다. 파이썬을 소개하는 문구 중 절대 다수는 빅데이터, 머신러닝, 4차산업혁명 어쩌고. 이런 광고문구를 한 단계 걷어내면 배우기 쉬운 언..
[보고서 발표 실무 강의](채종서 著, 2021)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보고를 피할 수 없다. 보고(報告)는 이 책의 첫 단어로 사용되는 만큼 첫 단락도 보고라는 단어의 뜻풀이로 시작한다. 사전적으로 "알리어 바치거나 베풀어 알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로 흔히 피라미드 계층구조에서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라고 생각하기 쉬운 단어. 그렇지만 이 책 전반에서 다루는 예시는 업무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모든 소통이라는 큰 뜻으로 보는 것이 좋다. 지시받은 일이 어떻게 수행되는지 상사에게 알리는 것도 보고이지만, 정부의 대국민 보고처럼 경영진의 방침을 전 사원에게 알리고 공감과 실천을 유도하는 것 또한 보고이기 때문이다. 실제 "일단 알아서 해봐!"식의 불명확한 지시로 인해 상사의 의중을 분석하기 위한 회의를 해봤다는 경험이 60%라는 통계를 인용..
[비트의 세계](데이비드 아우어바흐 著, 이한음 譯, 2021) 비트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이 책의 원제는 Bitwise: A life in a code 일반인들에게 낯설 bitwise는 컴퓨터공학 용어로 비트 단위 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사과 또는 포도"라는 인간의 말은 장을 볼 때 사과가 없으면 포도를 사가야겠다는 의사로 표현될 수 있지만 컴퓨터는 다르게 인식한다. 먼저 사과와 포도를 부호화(encoding)해야 한다. 사과에 5, 포도에 6이라는 코드가 매겨져 있는 마트의 상품코드 같은 것을 연상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사람의 언어로 봐도 무방하지만 컴퓨터 내부에서는 2진수로 바뀌어 사과 = 5 = 0101, 포도 = 6 = 0110라는 숫자 네 개로 표현된다. 이를 4비트라고 하며 4비트로는 총 24 = 16가지 표현이 가능하다. 그리고 "사과 또는 ..
[파이썬 비동기 라이브러리 Asyncio] (케일럽 해팅 著, 동동구 譯, 2021) 비동기 프로그래밍 "한 회사원이 있다. 전화도 받아야 하고 결재 올려 승인을 받아야 하고 메일도 보내야 하고 고객과 만나 업무도 처리해야 한다. 가끔 바쁠 때 "몸이 열 개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멀티 스레드는 실제 몸이 열 개이다. 그래서 전화 받는 공무원, 메일 보내는 공무원, 민원 처리하는 공무원이 각각 존재한다. 당연히 빠르다. 하지만 전화를 끊은 공무원은 시간이 남아도 다른 일을 도와주지 않는다. 그냥 논다." "비동기식 프로그래밍은 '몸이 열 개면 좋겠다'라고 생각만 하고 결국 혼자 모든 일을 다 한다. 대신 엄청나게 똑똑하고 몸이 빠르다. 상사에게 결재 올려 승인이 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전화도 받고 메일도 보낸다. 이 분은 '일머리'를 안다. 똑똑하고 체계적이고 계획적이다. 열 명의 ..
[메타버스] (김상균, 2020) 어느 날인가부터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자주 띈다. 호들갑이 절반 정도 섞인 기사들. 찬찬히 읽어볼라치면 기자도 잘 모르고 쓴 것 같고, 여기저기 글들을 잘라붙인 느낌이 든다. 블록체인 공부를 할 때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쓰라고 하니까 쓴, 자기도 모를 듯한 느낌의 글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글을 읽고 메타버스에 대해 받은 느낌은 이 것. "내가 하던 게임이랑 뭐가 다르지? 경우에 따라 VR이 추가된 정도? 회사에 적용하면 스마트 팩토리인데?" "새로운 게 하나도 없어보이는데 왜 뜨는거지? 내가 모르는 다른 게 있나?" 투자를 하건 대비를 하건 개념 파악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정의가 고팠다. 내 해석이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개념의 정보 저장..
[친절한 딥러닝 수학](다테이시 겐고 著, 김형민 譯, 2021) 표지와 구성 인공 신경망 이해를 위한 기초 수학이라는 부제와 함께 친절한 딥러닝 수학이라는 제목이 크게 써있다. 두 명의 젊은 여성, 그리고 한 명의 남성이 만화체로 그려져 있다. 300페이지 가량의 부담없는 두께, 태권도 노란 띠나 병아리를 연상시키는 밝은 노란색의 표지. 그리고 대화를 하듯 가끔 도넛도 사오면서 진행되는 질답형식의 본문. 누가 봐도 "딥러닝 초보자님들! 이 책을 집으세요!" 라는 느낌의 디자인. 책을 보내주신 한빛미디어에는 미안하지만 말리고 싶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수학. 경사하강법과 오차역전파를 다룬다. 수식을 하나하나 자세하게 풀어서 설명해준다. 후반부는 코딩. 파이썬으로 밑바닥부터 신경망을 구현한다. 코드를 한 줄 한 줄 친절하게 읽어준다. 그러나 둘 다 ..
[GAN 첫걸음](타리크 라시드 著, 고락윤 譯, 2021) 이 책을 펴기 전 내 상태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def __init__(self): super().__init__() self.데이터분석_경험 = True self.머신러닝_경험 = True self.numpy_경험 = True self.pandas_경험 = True self.matplotlib_경험 = True # epsilon @numpy eps = np.finfo("float").eps self.딥러닝_경험 = eps self.텐서플로_경험 = eps self.케라스_경험 = eps # out of my world self.파이토치_경험 = None self.GAN_경험 = None 글자 그대로, 데이터분석과 (딥러닝 제외) 머신러닝을 주로 해 왔다. 주어진 상황이 그랬다. 딥러닝을 해야지..
[돈의 속성](김승호, 2020) ● 2020년 여름에 출판된 책이다. 초판 1쇄 발행 2020년 6월 15일 초판 42쇄 발행 2020년 7월 14일 - 작년에 내가 구매한 버전. 늦게 읽었다. 2021년 3월 9일 현재 100쇄 기념 에디션 판매중 돈을 제법 많이 벌어들였을 이 책을 출판한 곳은 스노우폭스북스. 국제적인 사업을 하며 돈을 많이 번 저자는 이 책으로 돈을 더 벌었을 것이다. ● 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읽은 위인전의 청빈한 선비 개념이 박혀 그래야 하는 줄 알았고 돈은 더러운 것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대학 입학 후 1년이 못 되어 IMF를 겪으며 더러운 것이 무서운 것이 되었고 곧이어 없으면 안되는 것, 지켜야 하는 것이 되었지만 불려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 건 한참 뒤의 일이다. ● 저자는 부자..
[진지한 파이썬](쥘리앵 당주 著, 김영하 譯, 2021)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라는 노래 가사가 있었다. 내 기억으로, 중고등학교때까지 젓가락질을 제대로 못했다. 손가락 길이방향으로 젓가락을 걸치고 손끝을 사용하는 젓가락질이 정석이라면, 그때까지 난 손가락 둘째마디에 젓가락을 끼우고 손가락 전체 근육을 사용해 반찬을 집었다. 어르신들께서 간혹 지적하셨지만 나는 속으로 밥 잘 먹어요 하며 무시하다가 계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중에 커서도 지적받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연습했다. 지금은 젓가락질도 잘 하고 밥도 잘 먹는다. 파이썬을 2008년에 구글링하며 혼자 배웠다. C에서 matlab을 거쳐 접한 파이썬은 짧고 직관적인 명령어가 매력적이었다. matplotlib으로 그래프를 .jpg, .png 형식으로 쉽게 찍어낼 수 있다는 것도, os.syst..
[유혁의 데이터이야기](유혁, 2019~2020) ● 10년치 데이터: 규모가 제법 큰 국내 제조업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 친구 : 공장에서 12년치 데이터를 줄테니 빅데이터 분석을 해 달래. 나 : 어. 그런데? 친구 : 엑셀 13줄이야 ㅋㅋㅋㅋ1년에 한줄씩 ㅋㅋㅋㅋㅋ 나 : ㅋㅋㅋㅋ 12줄은 알겠는데 13줄은 뭐야 친구 : 맨 위 데이터 이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ㅋㅋㅋㅋ 친구 : 이걸로는 못하겠다고 했더니 뭐래는지 알아? 나 : 뭐래? 친구 : 10년치 넘는 데이터 줘봐야 소용 없더라고 우리 상무님한테 보고했어 ㅋㅋㅋㅠㅠ ● "빅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가장 흔히 보는 표현 중 하나지만 답이 없는, 사라져야 할 표현이다. 머신러닝에는 1차식 회귀부터 딥러닝까지 수십수백가지 방법이 있는데 다짜고짜 빅데이터와 AI를 기반..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180) ● "선행을 한 후에는 선행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려라" 국민학생 시절, 만화 세계사라는 책이 있었다. 세계의 역사를 굵은 흐름 위주로 만화로 엮은, 권 수가 제법 많은 책이었는데 각 권의 표지 안쪽에는 해당 권을 대표하는 인물의 격언이 쓰여 있고는 했다. 몇 권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선행을 한 후에는 대가를 바라지 말고 선행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라는 말과 함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이라고 쓰여 있던 것이 기억난다. 선행의 대가를 바라지 말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라는 말이 왠지 깊게 남아 당시 학급신문에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저 말을 싣기도 했다. 이후 역사를 배우며 로마제국의 5 현제 중 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고, 영화 속에서는..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딥러닝 3](사이토 고키, 2020) "야, 까먹을 게 따로 있지 어떻게 그걸 까먹냐" 일전에 한 선배가 나를 타박하면서 했던 말. 선배는 이해할 수 없는 내 망각의 대상은 군번이었다. 26개월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온 선배에게 군번은 "자다가도 툭 치면 나와야 되는", 글자 그대로 자신의 정체성(ID = identity)이었겠지만 전문연구요원으로 논산 훈련소에서 4주만 보낸 내게는 대체 입사 지원서에 이걸 왜 써넣어야 하는지 모를 성가신 행정코드일 뿐이다. 내게도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잊혀지지 않는 것이 있다. 지금은 데이터를 다루지만 석사 시절엔 실험을 했다. 참 멋진 선배가 만든, 이온 밀링을 포함해 6가지 소재를 스퍼터링하여 박막을 만드는 장비가 있었는데 이 장비를 함께 사용해서 시료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나사 하나하나를 풀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1865, 1871) 앨리스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바쁘다 바빠 하며 뛰어가는 토끼 얼굴만 남고 서서히 사라지는 고양이 카드 병사와 사나운 여왕. 그렇다면, 성인이 되어 앨리스 이야기를 붙들고 앉아 읽은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후추가루로 가득찬 집 안에서 애는 울고 요리사는 물건을 마구 던진다. 아기 엄마인 공작부인은 뜬금없이 여왕의 크로켓 경기에 가고, 아이는 돼지가 되더니 앨리스는 3월 토끼와 모자장수, 겨울잠쥐와 함께 다과회를 한다. 이걸 읽고 있는 솔직한 내 심정은 "대체 이게 뭔소리야". "아빠, 책 읽어주세요." 아이들이 읽어달라며 가져온 책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급작스러운 전개에 아동용이라 축약을 심하게 했네 싶었고, 제대로 된 스토리가 궁금해서 ebook으로 봤는데 다를 바..
[UX/UI의 10가지 심리학 법칙] (존 야블론스키, 2020) 취향이 확고하신 윗 분은 설득하기 매우 어렵다. "A가 2만원이고 B가 3만원이니 A를 삽시다" 처럼 말할 수 있으면 깔끔할텐데 "A는 네모고 B는 동그라미입니다. A가 더 좋습니다"는 "난 동그라미가 더 좋은데?"라는 답을 듣기 쉽다. 그러나 고객이 선호하는 대상에 대한 근거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 저자는 디자이너로서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기 위해 심리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수많은 논문과 기사에도 원하는 답이 없어서 공부한 자료를 토대로 직접 정리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Laws of UX'라는 이름의 웹사이트(https://lawsofux.com)이고, 이 책이다. 이 책은 UX/UI 관점에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대상과 근거를 직관적인 예시와 함께 담고 있다. ..
[출판사가 OK하는 책쓰기] (최현우, 2020) 언젠가 최강의 확장자(파일명 . 뒤에 오는 짧은 영문자)가 무엇인지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요즘 파이썬이 대세이므로 .py가 최강이라는 분이 많았다. 인터넷의 영향력을 언급하면서 .html이라는 분도 있었고, 유튜브 같은 동영상 컨텐츠의 힘을 강조하시며 .mov, .mp4라는 분이 있으셨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적어도 국내에선 .hwp 만한게 없을걸요? 이건 국가를 움직여요." ".hwp 가 특정 확장자를 콕 찝어서 금지해버리면 황당하지만 못 쓸겁니다." 지난 글에서 연구를 찾아 대학원에 간 학생이 겪는 의외의 괴로움을 언급한 일이 있다. 그림과 더불어 괴롭히는 또 하나는 글. 내가 알아낸 것, 내가 생각한 것을 전달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읽는 이로 하여금 흐름을 놓치지 않게 집중력을..
[최인아 컬럼 모음 - 생각의 힘] (최인아, 2019~. 이석봉, 2020) ● 최인아라는 분에 대해 잘 몰라도, 최인아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1991)를 만든 제일기획 최초 여성임원이자 - 상무 6년차에 1년간 휴직을 내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고 - 전무로 은퇴 후 최인아 책방을 열어(2016) 수많은 독립서점의 길을 열어준 분. ● 지난 주 한 행사 장소에서 대덕넷 이석봉 대표님을 뵈었다. - 처음 뵙는 자리에서 으레 그렇듯 명함을 드리고 받는데 두툼한 종이 뭉치를 주신다. - "한번 읽어봐요. 심심풀이 땅콩." - 동그란 안경 너머로 웃음과 함께 건네주셔서 얼결에 감사합니다 하고 받았는데 - 이제까지 연재된 최인아 칼컬럼을 보기 좋은 크기와 폰트로 인쇄해서 묶어주신 것. ● 종이 첫 장엔 이석봉 대표님의 짧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