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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속성](김승호, 2020) ● 2020년 여름에 출판된 책이다. 초판 1쇄 발행 2020년 6월 15일 초판 42쇄 발행 2020년 7월 14일 - 작년에 내가 구매한 버전. 늦게 읽었다. 2021년 3월 9일 현재 100쇄 기념 에디션 판매중 돈을 제법 많이 벌어들였을 이 책을 출판한 곳은 스노우폭스북스. 국제적인 사업을 하며 돈을 많이 번 저자는 이 책으로 돈을 더 벌었을 것이다. ● 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읽은 위인전의 청빈한 선비 개념이 박혀 그래야 하는 줄 알았고 돈은 더러운 것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대학 입학 후 1년이 못 되어 IMF를 겪으며 더러운 것이 무서운 것이 되었고 곧이어 없으면 안되는 것, 지켜야 하는 것이 되었지만 불려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 건 한참 뒤의 일이다. ● 저자는 부자..
[진지한 파이썬](쥘리앵 당주 著, 김영하 譯, 2021)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라는 노래 가사가 있었다. 내 기억으로, 중고등학교때까지 젓가락질을 제대로 못했다. 손가락 길이방향으로 젓가락을 걸치고 손끝을 사용하는 젓가락질이 정석이라면, 그때까지 난 손가락 둘째마디에 젓가락을 끼우고 손가락 전체 근육을 사용해 반찬을 집었다. 어르신들께서 간혹 지적하셨지만 나는 속으로 밥 잘 먹어요 하며 무시하다가 계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중에 커서도 지적받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연습했다. 지금은 젓가락질도 잘 하고 밥도 잘 먹는다. 파이썬을 2008년에 구글링하며 혼자 배웠다. C에서 matlab을 거쳐 접한 파이썬은 짧고 직관적인 명령어가 매력적이었다. matplotlib으로 그래프를 .jpg, .png 형식으로 쉽게 찍어낼 수 있다는 것도, os.syst..
[유혁의 데이터이야기](유혁, 2019~2020) ● 10년치 데이터: 규모가 제법 큰 국내 제조업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 친구 : 공장에서 12년치 데이터를 줄테니 빅데이터 분석을 해 달래. 나 : 어. 그런데? 친구 : 엑셀 13줄이야 ㅋㅋㅋㅋ1년에 한줄씩 ㅋㅋㅋㅋㅋ 나 : ㅋㅋㅋㅋ 12줄은 알겠는데 13줄은 뭐야 친구 : 맨 위 데이터 이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ㅋㅋㅋㅋ 친구 : 이걸로는 못하겠다고 했더니 뭐래는지 알아? 나 : 뭐래? 친구 : 10년치 넘는 데이터 줘봐야 소용 없더라고 우리 상무님한테 보고했어 ㅋㅋㅋㅠㅠ ● "빅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가장 흔히 보는 표현 중 하나지만 답이 없는, 사라져야 할 표현이다. 머신러닝에는 1차식 회귀부터 딥러닝까지 수십수백가지 방법이 있는데 다짜고짜 빅데이터와 AI를 기반..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180) ● "선행을 한 후에는 선행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려라" 국민학생 시절, 만화 세계사라는 책이 있었다. 세계의 역사를 굵은 흐름 위주로 만화로 엮은, 권 수가 제법 많은 책이었는데 각 권의 표지 안쪽에는 해당 권을 대표하는 인물의 격언이 쓰여 있고는 했다. 몇 권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선행을 한 후에는 대가를 바라지 말고 선행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라는 말과 함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이라고 쓰여 있던 것이 기억난다. 선행의 대가를 바라지 말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라는 말이 왠지 깊게 남아 당시 학급신문에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저 말을 싣기도 했다. 이후 역사를 배우며 로마제국의 5 현제 중 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고, 영화 속에서는..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딥러닝 3](사이토 고키, 2020) "야, 까먹을 게 따로 있지 어떻게 그걸 까먹냐" 일전에 한 선배가 나를 타박하면서 했던 말. 선배는 이해할 수 없는 내 망각의 대상은 군번이었다. 26개월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온 선배에게 군번은 "자다가도 툭 치면 나와야 되는", 글자 그대로 자신의 정체성(ID = identity)이었겠지만 전문연구요원으로 논산 훈련소에서 4주만 보낸 내게는 대체 입사 지원서에 이걸 왜 써넣어야 하는지 모를 성가신 행정코드일 뿐이다. 내게도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잊혀지지 않는 것이 있다. 지금은 데이터를 다루지만 석사 시절엔 실험을 했다. 참 멋진 선배가 만든, 이온 밀링을 포함해 6가지 소재를 스퍼터링하여 박막을 만드는 장비가 있었는데 이 장비를 함께 사용해서 시료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나사 하나하나를 풀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1865, 1871) 앨리스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바쁘다 바빠 하며 뛰어가는 토끼 얼굴만 남고 서서히 사라지는 고양이 카드 병사와 사나운 여왕. 그렇다면, 성인이 되어 앨리스 이야기를 붙들고 앉아 읽은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후추가루로 가득찬 집 안에서 애는 울고 요리사는 물건을 마구 던진다. 아기 엄마인 공작부인은 뜬금없이 여왕의 크로켓 경기에 가고, 아이는 돼지가 되더니 앨리스는 3월 토끼와 모자장수, 겨울잠쥐와 함께 다과회를 한다. 이걸 읽고 있는 솔직한 내 심정은 "대체 이게 뭔소리야". "아빠, 책 읽어주세요." 아이들이 읽어달라며 가져온 책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급작스러운 전개에 아동용이라 축약을 심하게 했네 싶었고, 제대로 된 스토리가 궁금해서 ebook으로 봤는데 다를 바..
[UX/UI의 10가지 심리학 법칙] (존 야블론스키, 2020) 취향이 확고하신 윗 분은 설득하기 매우 어렵다. "A가 2만원이고 B가 3만원이니 A를 삽시다" 처럼 말할 수 있으면 깔끔할텐데 "A는 네모고 B는 동그라미입니다. A가 더 좋습니다"는 "난 동그라미가 더 좋은데?"라는 답을 듣기 쉽다. 그러나 고객이 선호하는 대상에 대한 근거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 저자는 디자이너로서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기 위해 심리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수많은 논문과 기사에도 원하는 답이 없어서 공부한 자료를 토대로 직접 정리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Laws of UX'라는 이름의 웹사이트(https://lawsofux.com)이고, 이 책이다. 이 책은 UX/UI 관점에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대상과 근거를 직관적인 예시와 함께 담고 있다. ..
[출판사가 OK하는 책쓰기] (최현우, 2020) 언젠가 최강의 확장자(파일명 . 뒤에 오는 짧은 영문자)가 무엇인지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요즘 파이썬이 대세이므로 .py가 최강이라는 분이 많았다. 인터넷의 영향력을 언급하면서 .html이라는 분도 있었고, 유튜브 같은 동영상 컨텐츠의 힘을 강조하시며 .mov, .mp4라는 분이 있으셨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적어도 국내에선 .hwp 만한게 없을걸요? 이건 국가를 움직여요." ".hwp 가 특정 확장자를 콕 찝어서 금지해버리면 황당하지만 못 쓸겁니다." 지난 글에서 연구를 찾아 대학원에 간 학생이 겪는 의외의 괴로움을 언급한 일이 있다. 그림과 더불어 괴롭히는 또 하나는 글. 내가 알아낸 것, 내가 생각한 것을 전달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읽는 이로 하여금 흐름을 놓치지 않게 집중력을..
[최인아 컬럼 모음 - 생각의 힘] (최인아, 2019~. 이석봉, 2020) ● 최인아라는 분에 대해 잘 몰라도, 최인아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1991)를 만든 제일기획 최초 여성임원이자 - 상무 6년차에 1년간 휴직을 내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고 - 전무로 은퇴 후 최인아 책방을 열어(2016) 수많은 독립서점의 길을 열어준 분. ● 지난 주 한 행사 장소에서 대덕넷 이석봉 대표님을 뵈었다. - 처음 뵙는 자리에서 으레 그렇듯 명함을 드리고 받는데 두툼한 종이 뭉치를 주신다. - "한번 읽어봐요. 심심풀이 땅콩." - 동그란 안경 너머로 웃음과 함께 건네주셔서 얼결에 감사합니다 하고 받았는데 - 이제까지 연재된 최인아 칼컬럼을 보기 좋은 크기와 폰트로 인쇄해서 묶어주신 것. ● 종이 첫 장엔 이석봉 대표님의 짧은 글..
[오리지널스] (Originals. 애덤 그랜트, 2016) "신동들이 어른이 되어 세상을 바꾸는 일은 드물다" "그들은 많은 사람들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장난 의료체계를 바꾸기 위해 싸우기보다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된다. 그들은 불합리한 법을 바꾸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법을 위반한 고객들을 변호하는 변호사가 된다. 그들은 대수학algebra을 학생들이 과연 배워야 하는지 의문을 품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대수학 강의에 흥미를 갖게 할지 연구하는 교사가 된다. 세상이 순조롭게 돌아가게 만들려면 그들이 필요하지만, 그들은 세상이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지는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제자리에서 돌게 만든다." 듣기에 따라 상당히 도발적인 단락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세상을 바꾼 사람들은 무엇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측면에서 고찰한..
[데이터 시각화 교과서] (Fundamentals of Data Visualization. 클라우스 윌케, 2020) 연구를 하겠다고 대학원에 간 이공계 학생들은 예상치 못한 벽을 둘 만난다. 하나는 영어. 논문을 읽는건 그렇다 쳐도 길게는 수십페이지의 글을 써야 한다. 또 하나는 그림. 학회발표, 과제발표, 랩미팅 등 PPT를 끼고 살고, 논문 그림도 작업량이 많다. 많은 신입생들이 "난 공돌이라 이런거 못해", 또는 "못해도 돼" 라고 합리화를 한다. 그러나 영어와 그림의 중요성은 조금만 지나도 알게 되는 일. 랩미팅때 교수님에게 호통을 듣기도 하고 선배들에게 꾸지람을 듣는다. 감이 있는 학생들이 간혹 등장하는데, 이들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런 일을 전담하게 된다. "외부 발표자료는 반드시 OOO학생의 검토와 수정을 받도록"이라는 교수님 지시가 떨어지면 많은 학생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는 반면, 이 담당 학생은 ..
[프로그래머를 위한 선형대수 (오디오클립)] (히라오카 카즈유키 & 호리 켄, 2017. 이창신, ~2019) 데이터 분석, 또는 머신러닝을 하려면 분야별 전문 지식,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 수학 능력이 모두 필요하다고 한다. 분야별 전문 지식 (domain knowledge)이 부족하면 무의미한 숫자놀음을 하고,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 (hacking skill)이 부족하면 전통적인 연구의 틀에 갇히며 수학 능력이 부족하면 남의 코드를 갖다 쓰기는 하는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어떤 분께서는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표현해 주시기도 했다. "통계적 지식이 결여된 도메인 전문가 못지않게 도메인 지식이 결여된 통계 전문가 역시 위험합니다. 전자가 문제를 잘못 푸는 경향이 높다면, 후자는 잘못된 문제를 푸는 경향이 높습니다." 접근성을 기준으로 따지면 이렇다. 전문 지식은 해당 학과를 졸업하지 않으면 접근하기 힘든 경우..
[팩트풀니스] (Factfulness. 한스 로슬링, 2019) 책의 제목인 factfulness는 본문 중에서 사실충실성이라고 번역되고 있다. 저자는 이 말을 사실에 근거해서 선입견 없이 세상을 바로 보자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세상이 우리의 편견처럼 선진국과 후진국으로 단순하게 나눠지지 않음을. 많은 나라가 생각보다 살 만 하며, 더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으며, 많은 매체에서도 "세상은 생각보다 괜찮다"는 카피로 이 책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렇구나. 세상은 나아지고 있구나."로 끝내서는 안 될 더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고 믿는다. 그 메시지는 "세상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하라", "끊임없이 정보를 받아들이라"이며, "극도로 긴장한 순간에서도 날카로운 논리"로 판단해야 한다. 저자도 마지막 단락(11장)에서 "사실충실성 실천하..
[대변동] (Upheaval. 재레드 다이아몬드, 2019) 위기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누구에게나 : 개인에게나 국가에게나 어떤 형태로든 : 내부에서, 또는 외부에서. 위기는 한층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단, 현명하게 극복해 냈을 경우에. 이 책의 저자는[총, 균, 쇠]에서 보여준 넓은 시각으로 자신의 조국을 비롯한 일곱 나라들이 과거와 현재에 마주한 위기, 그리고 극복의 사례를 12단계로 정리한 위기의 결과와 관련한 요인에 비추어 서술하고 있다. 위기의 결과와 관련한 요인 개인의 위기 국가의 위기 1 위기 인정 : "지금은 위기다" 2 책임 수용 : "남 탓만 해선 안된다. 내가 뭔가 해야 한다" 3 울타리 세우기 : "어디까지 바꾸고 어디를 유지할 것인가" 4 외부의 물질적 지원 5 롤모델 : "본보기로 삼을 만한 외부의 사례" 6 자아 강도 국가 ..